[경제의 눈]4차 산업혁명 이끌 바이오산업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2일 03시 00분


장규태 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
장규태 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
‘4차 산업혁명’이 세간의 화두이다. 세계경제포럼은 4차 산업혁명을 3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바이오, 디지털, 물리 등의 경계가 수렴되는 기술혁명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지금까지의 산업구조와 생활방식을 완전히 바꿀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4차 산업혁명의 중심에 바이오가 있다. 우리 정부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산하에 범부처 컨트롤타워인 바이오특별위원회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국내 바이오산업은 역사나 규모 면에서 경쟁국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하다고 인식돼 왔다. 하지만 최근 한미약품 등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연이어 대형 성과를 발표하면서 바이오를 바라보는 정부와 국민의 시각이 크게 바뀌었다. 또 시기적으로 조선, 철강 같은 주력 제조업의 어려운 상황과 겹쳐지면서 바이오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지고 있다.

세계 주요 국가들이 처한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바이오기술의 발전을 더욱 가속화하고 글로벌 바이오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세계 각국 정부는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아울러 우수한 연구 성과가 사업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책적인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랩 투 마켓(Lab to Market·시장을 지향하는 실험실)”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연방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기술사업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일본은 의료 분야의 우수한 기초연구 성과가 그대로 사업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범부처 컨트롤타워인 일본의료연구개발기구(AMED)를 설립했다.

한국에서도 바이오산업의 성장동력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바이오경제의 씨앗이 되는 바이오벤처 창업은 점차 줄어 2013년에는 2개에 그쳤다. 1개의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5000개에서 1만 개의 후보물질이 필요하고 최소 10∼15년의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한미약품 같은 회사 1곳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생태계의 기반이 되는 수많은 벤처 창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국내 바이오산업은 굵은 열매는 몇 개 맺었지만 뿌리가 약한 상태다.

최근 미래창조과학부가 제시한 ‘바이오 창조경제 활성화를 위한 10대 플래그십 프로젝트’(이하 바이오 창조경제 활성화 방안)는 창업부터 투자 회수에 이르는 순환 고리를 공백 없이 연결하고, 민간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바이오 생태계 조성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아이디어만 있으면 손쉽게 창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성장 단계에서 핵심 시설·장비 제공, 정보기술(IT) 플랫폼 연계 등을 통해 기업의 가치를 높이고, R&D 연계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전략적 투자 기반을 확충하는 것이 주요 뼈대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도 정부의 이러한 정책 방향과 같은 맥락에서 대전, 오창, 정읍에 소재한 3개의 캠퍼스를 중심으로 바이오융합, 바이오의약, 바이오소재 분야의 바이오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또 연구원이 보유한 국가 바이오 인프라의 범국가적 활용도를 높임으로써 바이오 창조경제의 전진기지가 될 수 있도록 정책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무쪼록 이번에 정부가 제시한 바이오 창조경제 활성화 방안이 바이오산업 생태계의 뿌리를 튼튼히 하고, 바이오 강국으로 이끌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좋은 영양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장규태 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
#4차 산업혁명#바이오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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