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East”… 동남아 직접투자族 급증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2일 03시 00분


인도네시아-베트남 등 신흥국, 年 5, 6% 성장 투자대안 떠올라
“환율 변동 위험 등 따져 투자를”

동남아시아 등을 오가며 사업을 하는 A 씨(45)는 6월 국내 증권사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인도네시아 대표 통신회사인 텔레코뮤니카시(TLKM) 주식에 3000만 원을 투자했다. 인도네시아의 스마트폰 보급률이 낮아 통신사의 성장성이 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A 씨는 “두 달 만에 투자한 종목의 주가가 15% 올랐다”며 “인도네시아를 방문할 때마다 건물이 새로 올라가는 등 경제의 활기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들도 잇달아 투자설명회를 열며 ‘동남아 띄우기’에 나섰다. 5월 한국투자증권이 마련한 베트남설명회는 인터넷 참가 접수가 시작된 날 마감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포스트 차이나’로 불리는 베트남 시장에 대한 문의가 크게 늘어 10월 셋째 주 베트남 투자설명회를 다시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신흥국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해투족(해외 증시에 직접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이 크게 늘고 있다. 2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14년 614만 달러에 그쳤던 국내 투자자들의 인도네시아 주식 직접 투자 금액이 2015년 3102만 달러(약 347억 원)로 405% 증가했다. 올 들어서도 상반기(1∼6월)에만 1억1217만 달러가 인도네시아 주식시장에 투자됐다. 지난해 한 해 투자액 대비 72% 늘어난 것이다.

국내 투자자들의 베트남 증시에 대한 직접 투자 역시 급증세다. 2014년 1261만 달러에서 2015년 2042만 달러로 62% 증가했다. 올 상반기엔 1023만 달러가 베트남 주식시장에 투자됐다. 베트남 금융당국도 지난해 9월부터 외국인 투자 지분 한도 규제를 완화하며 외국인 투자 유치에 나섰다. 올해 7월엔 베트남 시가총액 1위 회사인 ‘비나밀크’의 외국인 주식 한도 보유 규제도 풀렸다. 김지환 피데스자산운용 부사장은 “세계적인 저금리와 경기 침체 속에서 5, 6%대 성장을 하는 ‘고성장 국가’인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시장이 투자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남아 ‘해투족’이 크게 늘어나자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미래에셋대우 등은 자사 HTS에 아시아 신흥국 주식을 직접 거래할 수 있는 기능을 더하고 있다. 김연수 NH투자증권 해외상품 연구원은 “최근 펀드를 통한 간접 투자보다 수익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동남아 증시 주요 종목에 직접 투자하려는 개인투자자들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다만 아시아 신흥시장 주식을 직접 사들일 때 환율 변동 위험을 떠안아야 하는 것은 약점이다. 원화를 달러로 환전하고 이를 다시 베트남 동화나 인도네시아 루피아로 바꿔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가총액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 증시의 변동성이 큰 데다 기업 정보나 회계 기준 등이 국제 표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도 위험 요인이다. 이용훈 신한금융투자 글로벌 IB팀장은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시장은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에게 적합하다”며 “환율을 포함한 실질 수익을 따져보고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정연 기자 pres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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