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0년 미국 위스콘신 주 커노샤 시 출신의 사업가 ‘젤먼 시먼스’는 신문을 읽다가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기분을 느꼈다. 코네티컷 주에 살고 있는 한 발명가가 철로 엮은 와이어 매트리스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기사를 봤기 때문이었다. 20대 초반에 전신, 은행, 철도 관련 기업을 설립했고 30대 중반에는 커노샤 시 시장까지 지낸 야심가 시먼스는 본능적으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떠올렸다. 그길로 곧장 그 발명가를 찾아가 특허권을 사들였다. 이후 그는 커노샤 시 주민 9명을 직원으로 채용했다. 그러곤 직물로 짠 와이어 침대 스프링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 ‘세계 최초’의 역사
이전에 침대 스프링은 수작업으로 일일이 깎고 다듬어야 했기에 가격이 비쌌다. 하지만 시먼스가 기계를 통해 대량 생산을 시작하면서 스프링 가격이 12달러에서 95센트로 크게 낮아졌다. 이는 미국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꾼 ‘역사적 순간’으로 기록될 만한 사건이었다. 일부 상류층만 쓰던 침대가 일반 대중도 사용하는 필수품으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시몬스’는 146년간 수면 전문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기술 혁신을 주도하는 선두기업으로서 브랜드 리더십을 확보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 때문에 시몬스의 역사는 곧 침대 기술의 역사라 해도 무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기업을 이끈 젤먼 시먼스 2세는 사람들에게 더 나은 수면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힘썼다. 그는 당시 미국 최고의 엔지니어에게 연구를 의뢰했고, 3년의 연구 끝에 혁신적인 신기술이 탄생했다. 천으로 된 주머니 속에 스프링을 넣은 ‘포켓스프링’을 대량 생산해 낼 수 있는 기술이었다. 또 스프링 전체가 흔들려 숙면을 방해했던 기존 침대의 단점을 보완해 1925년 ‘뷰티레스트(Beautyrest)’를 선보였다. 스프링 하나하나를 특수 포켓 커버로 감싸 개별적인 지지력이 강하기 때문에 옆사람이 뒤척일 때 잠을 방해받지 않는 장점을 가진 매트리스다.
시먼스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수면 기술에 대한 연구를 본격화했다. 1931년부터 심리학 교수 등을 참여시켜 사람들이 수면 중에 어떤 패턴으로 뒤척이는지를 체계적으로 조사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전 제품은 이미 품질과 기술력 측면에서 미국 본사를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한국 시몬스가 자체 생산한다. 국내에서 생산된 모든 매트리스 제품은 환경부로부터 친환경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시몬스 관계자는 “최근 선보인 럭셔리 컬렉션 ‘뷰티레스트 블랙’에는 한국 시몬스가 자체적으로 축적한 기술력과 품질력이 다 녹아 있다”며 “러시아와 괌에 있는 특급 호텔들이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생산한 시몬스 매트리스를 주문할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으면서 역수출도 본격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시몬스의 ‘혁신 DNA’는 사회학적, 의학적 데이터 연구와 맞물리면서 더욱 발달하기 시작했다. 예컨대 지금은 대부분의 가구 브랜드들이 선보이는 소파형 베드는 대공황이 본격화된 1930년에 좁은 주거 환경에서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한 끝에 시몬스가 선구적으로 선보인 제품이었다. 또 영양 상태 개선 등으로 미국인들의 평균 신체 사이즈가 커지고 있다는 연구를 바탕으로 1958년에는 세계 최초로 퀸사이즈와 킹사이즈 매트리스를 개발하기도 했다. 한국 시몬스는 이에 더해 한국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제품군을 개발했다. 한국인의 수면 습관과 체형을 분석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수면연구 R&D(연구개발)센터’를 설립하기도 했다.
한편 ‘아름다운 휴식’이라는 의미의 뷰티레스트 컬렉션은 출시 25년 만인 1950년에 이미 1000만 개나 팔릴 정도로 히트한 바 있으며 국내에서도 충성도 높은 고객군을 확보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최근 한국 시몬스는 대표 컬렉션인 ‘뷰티레스트’에 기술뿐 아니라 디자인을 강조한 신제품을 선보였다. 이번에 공개된 뷰티레스트 최신 컬렉션의 디자인 테마는 ‘미니멀리즘’이다. ‘적을수록 좋다(Less is more)’는 원칙을 기반으로 장식적인 요소를 최소화했다.
○ 명사 통한 구전효과
국내 시몬스 TV 광고에도 등장해 화제가 됐던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은 실제로 시몬스 침대의 열렬한 팬이었다. 머릿속이 아이디어로 꽉 차 있었던 그는 하루에 3, 4시간 정도밖에 자지 않았다. 또 짧게 자더라도 숙면만 취하면 무리가 없다는 수면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1927년 시몬스 지면 광고를 통해 자신의 ‘숙면 파트너’로 시몬스 침대를 추천한 것은 대중들에게 적지 않은 구전 효과를 일으켰다.
한편 포드사(社) 창업자로 ‘자동차의 왕’으로 불리는 헨리 포드는 1928년 시몬스의 매트리스를 포드 브랜드의 신차 모델과 함께 매장에서 선보였다. ‘휴식을 모르는 사람은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와 같다’는 그의 휴식 철학을 반영한 일종의 프로모션이었던 셈이다.
침대는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하루의 3분의 1 가까이를 함께 보내는 핵심 가구이기에 소비자가 기능과 편리성 등을 꼼꼼히 골라 구입하는 제품으로 꼽힌다. 남명우 성균관대 경영학과 교수는 “침대처럼 구매 시 소비자 참여도가 높은 고관여 제품에 대해 소비자들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적극적으로 정보를 탐색하고 이에 따라 신중하게 의사결정을 내린다”며 “일반적으로 고관여 제품은 저관여 제품에 비해 소비자들이 유명 모델의 영향을 덜 받지만 침대처럼 주요 속성에 대한 소비자 평가가 주관적인 제품군의 경우 신뢰감 높은 명사의 평가가 높은 광고효과로 이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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