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의 바람을 타고 ‘자동차=소유물’의 등식이 깨져가고 있다. 차량 소유자와 승차를 원하는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우버(Uber)’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고 국내에도 차량 공유 업체들이 줄줄이 등장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출퇴근 시간대에 카풀을 이용하려는 운전자와 고객을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빠르게 연결해주는 업체 ‘풀러스’가 서비스를 시작했다. 한 번도 어려운 창업을 두 번이나 해내며 이 같은 변화의 물결을 주도하고 있는 김지만 풀러스 대표(40)와의 인터뷰(DBR·동아비즈니스리뷰 206호) 내용을 요약한다.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 ‘쏘카’에 이어 또 새로운 회사를 창업했는데….
“현재의 상태(status quo)에 머물러 있기보다는 ‘이렇게 하면 재밌지 않을까, 효율적이지 않을까’ 생각해보는 것을 좋아한다. 예를 들어 ‘내가 차를 한 번 탈 때 비용이 얼마가 드는 것일까?’ ‘몇 명을 모아서 한 차를 타고 간다면 얼마만큼 이득을 보는 것일까?’ 같은 질문을 던져본다. 게다가 개인적으로 주차장에서 잠만 자고 있는 차와 운전자 혼자 타고 다니는 차가 유발하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싶었다. 30분, 1시간 단위로 필요할 때만 차를 빌려 쓰게 해주는 쏘카로 첫 번째 문제를 풀었다면 풀러스를 창업해 이제 두 번째 문제를 해결해보려 한다.”
―풀러스 창업 후 서비스를 홍보하는 방식에서도 고민을 많이 했을 것 같다.
“단순히 홍보를 떠나 철학을 보여주고자 했다. 쏘카의 경우 대중이 참여해 투자 자금을 공급하는 크라우드 펀딩 업체 ‘8퍼센트’에서 자금을 조달했다. 여러 사람이 자동차를 공유함으로써 전체 자동차 대수를 줄이고 환경 보호에도 기여하려는 카 셰어링(공유) 업체 쏘카의 비전과 인터넷을 매개체로 개개인이 푼돈을 모아 투자금을 만들어내는 8퍼센트의 철학이 서로 통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 고(go)’ 열풍이 분 가운데 풀러스가 7월 13일, 15일 라이더를 모집해 판교에서 속초를 다녀오는 이벤트를 진행한 것도 마찬가지다. 포켓몬에 대한 추억을 가진 사람들이 속초를 함께 다녀옴으로써 택시를 타는 것과 전혀 다른 ‘카풀’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13일 직접 운전을 했는데 가는 내내 처음 보는 사람들이 포켓몬 이야기를 하다 보니 금세 ‘형, 동생’이 됐다. 공통분모를 가진 사람들끼리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택시와는 차별화되는 플러스 서비스의 가치라고 본다.”
―법적 테두리 안에서의 공유 서비스를 내놓는 데 어려움은 없었는가.
“나처럼 관련 규제를 열심히 공부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국내 실정법(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81조)상 사업용 자동차가 아닌 자가용 자동차의 경우 운전자가 유상으로 승객을 태우면 불법이다. 쏘카의 경우에도 그 때문에 차량을 매입해서 카 셰어링 서비스를 한다. 아무리 놀고 있는 차량이라고 해도, 개인의 차를 이용해서 카 셰어링을 하는 게 법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풀러스의 경우 법에서 유상운송 금지의 예외 조항으로 ‘출퇴근 때 승용차를 함께 타는 경우’를 명시하고 있어 서비스가 가능했다. 하지만 아쉬움도 느낀다. 해외에서는 우버 같은 서비스가 일반화되어 가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 같은 서비스를 할 수 없다. 정부에서도 많이 노력 중인데 다양한 공유 모델이 등장해야 한다.”
―무인 자동차가 현실화하고 있는데 카 셰어링 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리라 보는가.
“무인 자동차가 등장하면 자동차를 필요할 때만 빌려 타려는 수요가 더 커질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와 같은 정보기술(IT) 기반의 셰어링 업체들이 더욱 각광받을 수 있다. 무인 자동차가 운행을 해서 수익을 거두려면 어마어마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내일 당장 무인 자동차가 운행된다고 하더라도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언제 어디에 차량을 배치해야 효율적으로 자동차를 운영할 수 있는지 잘 알지 못한다. 반면 우리와 같은 회사들은 교통에 대한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축적하게 된다. 스마트폰 제조사와 이동통신사가 분리되어 있듯이, 무인차도 제조사와 차량운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가 달라질 수 있다.”
―최종적인 목표는…?
“10년 후쯤 되면 우리 딸이 ‘옛날에는 차를 샀다면서?’라고 물어올 정도로 차를 공유하는 것이 일반적인 사회를 만들고 싶다. 분명히 그런 세상이 올 것이며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으로 그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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