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전5기 우리은행 민영화… ‘쪼개 팔기’ 성공할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3일 03시 00분


24일 지분 30% 매각 공고

6년간 네 번 실패했던 우리은행 민영화의 막이 다시 오른다. 24일 발표될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은행 지분 51.06% 중 30%에 대한 매각 공고가 신호탄이다. 금융당국은 이번엔 지분을 4∼8%씩 쪼개 파는 ‘과점(寡占)주주 방식’을 들고 나왔다. 지분을 한꺼번에 매각하는 ‘통매각’을 시도하다 실패했던 경험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선택이다. 과점주주 방식에 응할 매수 희망자가 얼마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 과점주주 공동 경영의 ‘신한 모델’ 지향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는 22일 ‘우리은행 과점주주 매각 방안’을 발표하고 예보 지분의 30%를 4∼8%씩 나눠 매각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예보 잔여 지분(21.06%)보다 많은 지분을 매각해 민간에 경영을 넘기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공자위는 다음 달 23일 투자의향서(LOI)를 접수한 뒤 11월 낙찰자를 선정해 연내 매각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매각이 완료되면 예보는 우리은행과 체결한 ‘경영정상화이행약정(MOU)’을 즉시 해지한다. 그 대신 경영권은 과점주주들에게 배분된다. 이번에 신규로 취득한 주식이 4%가 넘는 주주들은 사외이사를 1명씩 추천하고, 차기 행장 선임 등 경영상의 주요 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 주주들에게 경영권이라는 인센티브를 주는 동시에 우리은행 지분이 지나치게 분산되는 것을 막아 안정된 지배구조를 갖게 하려는 취지다. 예보는 남은 공적자금 관리 차원에서 비상임이사 1명을 추천할 수 있는 권리만 갖는다. 윤창현 공자위 공동위원장은 “새로운 주주들이 꾸린 이사회와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차기 행장을 선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각이 성사되면 우리은행 경영은 전문 경영인이 맡고, 과점주주들이 경영을 감시하는 ‘신한금융 모델’의 지배구조가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지주 이사회는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10명으로 구성된다. 이 중 지분 17% 내외를 보유한 재일교포들이 이사회 4석을 차지하고 5.35%를 보유한 BNP파리바가 1명을 파견하고 있다.

지분 매각은 최고가 입찰 방식으로 진행하되 비가격 요소도 보기로 했다. 윤 위원장은 “민영화 이후 주가가 오르면 남은 지분(21%)을 매각해 나머지 공적자금을 회수하겠다”고 밝혔다.
○ 15곳 안팎 진성 투자자 확보

2010년부터 우리은행 민영화는 4차례 시도됐다. 모두 유효경쟁 요건(2곳 이상 참여)이 성립되지 않아 무산됐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아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하겠다”며 지분 30%를 통째로 매각하거나 자회사까지 끼워 팔려고 시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금리가 장기화하고 은행업의 수익구조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3조∼6조 원 이상을 베팅할 투자자는 많지 않았다.

반면 과점주주 방식으로 하면 투자 문턱이 낮아진다. 22일 주가(1만250원) 기준으로 지분 4% 가격이 3000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금융기관과 연기금을 비롯해 중동, 중국, 유럽 등지에서 다양한 잠재 매수자를 확보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매각 지분 총량과 경쟁 성립 요건 등을 감안했을 때 15곳 안팎의 진성 투자자를 확보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상반기(1∼6월)에 싱가포르와 영국, 독일, 스웨덴, 미국, 일본 등에서 기업설명회(IR)를 열고 잠재 매수자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제2금융권이 우리은행 지분을 인수해 협업을 시도할 가능성도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아직 참여 여부를 말할 단계가 아니다. 우선 금융당국이 발표한 과점주주 매각 방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검토해 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과점주주 매각 방안을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박상용 연세대 교수(전 공자위원장)는 “과점주주 체제는 행장 선임이나 인수합병(M&A), 위기 상황 등에서 구심점 역할을 하는 ‘앵커 인베스터’(핵심 주주그룹)가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소유와 경영에 안정성이 생길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주가에 연연하지 말고 우선 지분을 매각한 뒤 향후 주가를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1997년부터 예금보험공사가 옛 우리금융지주에 투입한 공적자금(12조7663억 원) 중 남은 금액(4조4794억 원)을 모두 회수하려면 우리은행 주가가 1만3000원은 돼야 하지만 현재 주가는 이에 미치지 못한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지분 매각 이후 정부 개입이 배제되면 주가 상승 여력이 생길 것”이라며 “내년엔 대통령 선거 등으로 매각 추진이 현실적으로 어려워 연내에 팔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유현 yhkang@donga.com·정임수·박창규 기자
#우리은행#민영화#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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