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시장에서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애플 앱스토어나 카카오 플랫폼, 통신 3사·네이버의 통합 앱 마켓인 원스토어 등에 앱을 먼저 출시한 개발사들에 갑질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앱 마켓에 앱을 먼저 출시하면 구글플레이에서는 아예 검색이 되지 않게 하거나 추천 목록에 올리지 않는 방식이다.
올해 6월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가 이런 구글의 행태를 비판한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처음 공론화됐다. 당시 카카오 플랫폼으로 먼저 출시한 신작 게임 ‘원 포 카카오(ONE for kakao)’가 구글플레이에서는 일정 기간 아예 검색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검색을 했을 때 상위에 노출되도록 구글 광고까지 구입했지만 이에 대한 승인마저 취소돼 구글 플레이를 통해서는 게임 출시를 알리지도 못했다.
수많은 앱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개발사 입장에서는 출시 첫 주가 ‘골든타임’이다. 앱을 다른 플랫폼에 출시했다가 나중에 구글플레이 검색에서 배제되는 사례가 늘면서 앱 개발사에서는 ‘구글플레이 선출시’가 암묵적인 룰이 되고 있을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앱 마켓과 접촉한다는 소문이 나면 구글 측이 전화나 담당자 미팅을 통해 ‘저희랑 안 하시게요?’라는 식으로 대놓고 압박을 한다”고 말했다.
다운로드 횟수나 매출액이 월등히 높음에도 불구하고 구글플레이 순위에서 빠지거나 ‘금주의 추천 앱’ 등 추천 목록에서 배제되는 사례도 있었다. 카카오나 원스토어 플랫폼에 선출시된 게임은 구글플레이 추천 목록에 오른 적이 없을 정도다.
지난해 기준 국내 안드로이드 폰에서 구글플레이의 매출 기준 점유율은 75%에 이른다. 전체 앱 마켓에서도 51.4%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사실상 앱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구글플레이 플랫폼에 노출돼야 하는 시장 구조다.
이에 대해 민경환 구글플레이한국 총괄 상무는 “구글플레이 검색은 본사에 있는 검색 엔진 머신을 적용할 뿐 사람 손을 탈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원 포 카카오 논란 당시 검색어가 ‘원(one)’ 등 일반명사에 가까워 검색자가 원하는 결과를 도출하기까지 학습 시간이 걸렸던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남궁 대표에 따르면 ‘ONE’뿐만 아니라 ‘O.N.E’ ‘ONE for kakao’ ‘O.N.E for kakao’ 등 다양한 검색어로도 검색이 되지 않는 상황이 며칠간 지속됐다. 검색 배제 논란이 제기된 다른 게임들의 경우 일반명사로 혼동될 가능성이 적었음에도 3∼5일간 검색이 되지 않았던 사례도 있었다.
구글은 추천 목록 배제에 대해서는 “본사에 있는 스토어큐레이션팀과 한국 현지 사업개발팀이 모두 관여한다”며 “카카오 게임이 2년 동안 추천되지 않은 것은 맞지만 이는 ‘카카오톡 계정으로 로그인’하도록 되어 있는 구조가 사용자에게 불필요하고 불편한 절차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추천 목록 배제를 임의로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자국 앱 마켓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구글의 진출을 막고 있는 중국에선 텐센트와 바이두, 샤오미 등 주요 기업을 비롯해 수십 개의 기업이 앱 마켓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구글과 애플 위주의 생태계가 만들어지기 전 20여 개의 플랫폼이 존재했으나 현재는 모두 시장에서 사라진 상황이다.
앱 개발사들은 국내 1위 앱 마켓인 구글플레이에 불공정한 대우를 당하면서도 불이익이 두려워 문제 제기조차 쉽게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를 두고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야 하는 문제여서 쉽지 않다”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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