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산시 소재 중소기업 A사는 올해 큰 위기를 맞을 뻔했다. 회사 매출액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제1 거래처 B사가 부도를 맞은 것. B사는 대기업에 휴대전화 부품을 납품하는 1차 협력사로 코스닥에도 상장돼 있었다. 지난해 말부터 B사가 과잉 투자로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추측만으로 거래를 끊기는 부담스러웠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신용보증기금의 매출채권보험에 가입한 것이 ‘신의 한 수’였다. A사는 B사로부터 받지 못한 대금 5억5600만 원의 80%인 4억4500만 원을 이 보험금으로 회수할 수 있었다.
22일 중소기업청과 신용보증기금 등에 따르면 매출채권보험 총 누적 인수금액은 다음 달이면 100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매출채권보험에 가입한 중소기업은 거래처에 외상으로 판매한 후 대금을 회수하지 못하면서 발생한 손실액의 최대 80%를 돌려받을 수 있다. 중소기업 매출의 대부분이 외상이어서 거래사가 부도를 내거나 대금 지급을 미루면 연쇄 부도 우려가 크다는 데서 착안한 공적 보장제도다. 2004년 최초 도입된 이 보험은 신용보증기금이 중소기업청의 위탁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매출채권보험 누적 인수금액은 2013년(56조2435억 원) 50조 원을 넘어선 뒤 빠르게 늘어나 올해 6월 현재 96조7301억 원에 이른다. 연간 인수금액은 2013년 13조2000억 원으로 처음 10조 원 이상을 기록한 후 2014년 15조2000억 원, 지난해 16조2000억 원 등으로 증가 추세다. 신용보증기금 측은 현재 추세로 볼 때 다음 달 100조 원대에 들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조선, 해운, 철강 등 다양한 업종에서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이에 대비한 예비 가입 기업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용보증기금은 다음 달부터 최고 보험한도를 30억 원에서 50억 원으로 올리고 중견기업과 중소기업협동조합까지 지원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금융기관 협약보험’ 관련 업무협약을 맺은 12개 시중은행 및 지방은행을 방문한 기업들에도 매출채권보험 가입을 안내할 방침이다. 금융기관 협약보험은 각 기관이 기업 정보를 공유하고 상호 추천해 보험료 할인과 대출금리 인하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중기청 관계자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제도 개선 및 상품 개발을 통해 더 많은 중소, 중견기업이 보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매출채권보험은 신용보증기금의 전국 10개 신용보험센터 및 106개 영업점에서 가입할 수 있다. 상담 문의는 콜센터(1588-6565)에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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