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불황으로 지난해 한국의 수출액이 전년보다 8.0% 줄었지만 ‘수출 대박’을 이룬 벤처기업들이 있다. 이들은 집요한
연구개발(R&D)과 똑똑한 해외시장 공략 등을 비결로 꼽는다. 2005년 이후 연평균 74%의 고속성장을 한 카메라 모듈
생산업체 ‘엠씨넥스’의 생산라인(맨위쪽 사진), 20년간의 연구개발로 오토바이용 모터 2단 변속기를 탄생시킨 ‘엠비아이’의
제품들(가운데 사진), 2016 중국 뷰티박람회의 에스디생명공학 부스 전경(맨아래쪽 사진). 한국무역협회 제공
“2008년 1년 사이에 거래처 6개가 부도났습니다. 위기를 느낀 후부터 해외시장을 더 적극적으로 개척하고 다양한 제품의 개발과 품질 향상에 주력하게 됐습니다.”
민동욱 엠씨넥스 사장(46)은 요즘 회사가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는 배경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엠씨넥스는 스마트폰, 차량, 블랙박스 등의 카메라 모듈을 생산하는 업체다. 한때 휘청거렸던 회사를 기술 개발로 일으켜 세웠다. 카메라 모듈의 무게와 크기를 줄이고 화질을 높였다. 전체 직원 가운데 연구 인력만 36%다. 현재 40여 건의 국내외 특허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2014년 ‘2억 달러 수출의 탑’ 수상에 이어 지난해 ‘3억 달러 수출의 탑’도 수상했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세계 교역량도 줄고 있다. 한국도 이에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수출액은 5267억5700만 달러로 2014년보다 8.0%가 감소했다. 올 상반기(1∼6월) 수출액도 2418억 달러로 전년보다 9.9%가 줄었다.
하지만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수출로 빛을 본 기업들이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23일 ‘바이어를 사로잡는 30가지 비결, 우수회원사 수출성공 사례집’을 내고 수출 불황기에도 승승장구하는 기업의 사례와 비결을 소개했다.
○ 어려울 때 일수록 연구개발에 집중
엠씨넥스와 같이 수출 기업들의 성공 배경엔 과감한 연구개발 투자로 얻은 기술이 자리 잡고 있다. 자동차 변속기 업체 엠비아이는 20년 넘는 기간 동안 오토바이용 모터 2단 변속기를 개발했다. 경사가 급한 도로에서도 에너지 소모량을 줄인 제품이다. 엠비아이 관계자는 “효율성 높은 2단 변속기를 만들기가 쉽지 않아 개발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일단 개발이 되자 거래하자는 해외 기업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4월 2300억 원어치 수출 계약을 한 데 이어, 5월에도 1725억 원어치 제품을 수출하는 계약을 맺었다.
보톡스로 알려진 보톨리눔 톡신 주사제를 상용화한 메디톡스도 기술력으로 수출을 늘렸다. 메디톡스는 기존 가루 형태인 보톡스를 액체 형태로 바꾼 제품을 개발해 2013년 미국 제약회사 엘러간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 회사 정현호 사장은 “기존 제품과는 비슷하게 해서는 승산이 없다고 보고 2004년부터 동물성 재료를 사용하지 않는 액상형 제품 개발에 나섰다”고 말했다. 지난해 442억 원어치를 수출했다.
○ 해외시장도 맞춤형 공략
‘스마트한’ 해외시장 공략도 눈에 띈다. 에이컴메이트코리아는 해외 소비자의 한국 상품 온라인 쇼핑인 ‘역직구’를 담당하는 전문업체다. 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한 에이컴메이트코리아는 상품을 소비자에게 먼저 선보인 후 오직 시장 상황에 맞춰 사업을 진행하는 방식을 택했다. 지난해 중국에서 많이 팔렸던 색조 화장품이 올해 4월 중국 정부의 세제 개편으로 시장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이 나오자 곧바로 철수한 것도 이런 전략에 따른 것이다. 민첩한 시장 판단력 덕분에 지난해 2008년 회사 설립 이후 역대 최고인 1700억 원의 매출액을 달성했다.
에스디생명공학은 ‘SNP’라는 브랜드로 알려진 화장품 회사다. 2008년 9월 설립된 에스디생명공학은 이미 레드오션인 내수시장 대신 해외로 눈을 돌렸다. 에스디생명공학은 2014년 ‘바다제비집 마스크팩’에 이어 지난해 ‘SNP 동물 마스크팩’을 연이어 히트시켰다. 지난해 1107만 달러를 수출했다. 전년 대비 무려 1153%가 급증한 수치다. 박설웅 에스디생명공학 대표는 “전체 매출의 90%가 해외에서 나온다”며 “올해 80억 원을 투자해 인천에 마스크팩 생산설비를 확충했다”고 말했다.
한국의 전체 수출액은 감소 추세지만 이처럼 벤처기업의 수출은 오히려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7월 국내 벤처기업의 수출액은 99억9652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8%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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