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강국 도약 걸림돌, 낡은 허가제-지입제 손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4일 03시 00분


아마존-알리바바 글로벌 시장 혁신… 한국은 규제 장벽에 성장 멈춰
‘7대 유망 서비스업’ 구호만 요란
국토부 ‘화물운송 선진화案’ 곧 발표

로봇이 물건을 나르고 드론이 배달하는 ‘스마트 물류’ 시대가 성큼 다가왔지만 한국 물류산업은 걸음마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물류산업의 핵심인 화물운송 시장이 허가제 등 진입장벽과 경직된 업종구분, 구시대적인 지입제 등 비정상적 관행에 묶여 고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계획대로 물류산업을 ‘7대 유망 서비스산업’으로 육성하려면 낡은 물류제도부터 대폭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23일 국토교통부와 물류업계에 따르면 세계 물류시장에서는 아마존, 알리바바 등 글로벌 유통기업이 물류 분야에 진출하면서 전면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아마존은 키바시스템스의 물류로봇을 미국 주요 물류센터에 도입해 업무 혁신을 꾀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3000여 개 물류기업이 참여하는 온라인 물류 플랫폼을 만들어 중국 전역에 당일 배송망을 구축했다. 차량 공유 서비스인 우버는 자율주행트럭 개발로 사업 영역을 확대 중이다.

하지만 낡은 규제에 발이 묶인 한국 물류산업에선 글로벌 물류기업이나 스타트업(초기 창업기업)이 성장할 수 없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걸림돌이 진입 규제다. 정부는 2004년부터 화물자동차 등록제를 허가제로 전환했다. 화물차 과잉 공급에 따른 차주의 수입악화 문제 해결을 요구한, 2003년 화물연대의 집단운송 거부사태 이후 나온 조치였다. 이후 10년 이상 신규 허가가 사실상 동결돼 운송업체가 신규 차량을 확보하려면 차량 1대당 2000만∼4000만 원의 비싼 프리미엄을 지불해야 하는 실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높은 진입장벽으로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의 진입은 사실상 불가능한 반면에 경쟁력이 사라진 기업들은 퇴출되지 않고 있다”며 “악순환이 계속되면 물류산업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생활물류 분야인 택배의 경우 배송물량은 빠르게 증가하는 데 비해 차량 확보는 턱없이 부족해 화물 파손, 분실 등 서비스의 질적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택배 배송물량은 2004년 4억469만 박스에서 지난해 18억1960만 박스로 4.5배 규모로 성장했다. 하지만 영업용 화물자동차는 같은 기간 35만7276대에서 43만7489대로 2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적재량, 차량대수 등에 따라 일반화물운송, 개별화물운송, 용달화물운송 등으로 복잡하게 나뉘는 칸막이식 업종구분도 시장의 성장을 막고 있다. 현재 해당 업종의 영역이 어디까지인지가 명확하지 않아 사업 영역을 두고 물류산업 내에서도 업계 간 갈등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한국 물류산업이 이 같은 칸막이 진입 규제에 안주하다가는 해외 업체에 안방을 내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의 DHL과 UPS는 2014년 기준 매출액이 각각 79조 원, 61조 원에 이르지만 국내 택배시장 점유율 1위인 CJ대한통운 매출액은 약 4조 원에 불과하다.

정부도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국토부는 이달 말 ‘화물운송시장 선진화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경직된 진입장벽을 유연화하고, 업종 체계를 개편해 물류기업이 규모에 따라 특화된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지입제 등 불합리한 구조도 개편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시장 환경 변화에 물류기업이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물류산업 체계를 혁신하는 한편으로 화물차 1대로 영업하는 생계형 사업자를 위한 보완책도 함께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물류#허가제#지입제#아마존#알리바바#국토부#규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