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銀 민영화, 정부 불개입이 성패 관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4일 03시 00분


과점주주 모델 다시 시험대 올라… 낙하산 인사 없애는게 최우선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우리은행 매각 방안으로 ‘과점(寡占)주주’ 방식을 들고 나오면서 과점주주 모델의 성공 여부가 투자자의 시험대에 올랐다.

23일 우리금융경영연구소와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2014년 3월 기준 미국, 유럽, 아시아 등의 45개 은행 중 JP모건, 씨티, 웰스파고 등 18곳이 과점주주 방식이었다. 과점주주 지배구조는 마땅한 지배주주가 없으면서, 상위 3대 주주의 지분 합계가 10%를 초과하는 경우를 통칭한다. 국내 4대 금융지주사 중에서도 농협금융지주를 제외하면 모두 과점주주 방식이다. 세계 대다수의 은행이 채택하고 있을 정도로 일반적이다.

공자위가 내놓은 ‘히든카드’는 사외이사 추천권이었다. 우리은행 지분을 4% 이상 인수하면 사외이사 1명을 추천할 수 있는 권한을 줘 경영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이 방식은 스웨덴과 비슷하다. 스웨덴 금융사들은 자체 모범규준에 따라 상위 5대 주주에게 ‘이사추천위원회’ 위원을 1명씩 추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다만 우리은행 민영화가 완료되더라도 당분간은 새로운 사외이사와 기존 사외이사가 함께 경영을 감시하는 ‘거대 이사회’ 체제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은행 사외이사 6명(비상임이사 1명 제외) 중 4명은 임기가 내년 3월까지, 2명은 2018년 3월까지다.

전문가들은 과점주주가 경영에 공동으로 참여하는 지배구조의 특성 때문에 우리은행 매각 및 완전한 민영화를 달성하려면 ‘정부의 불개입 원칙’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과점주주 방식으로 지분을 매각한 뒤에도 정부가 영향력을 유지하며 경영에 개입할 의도가 있다면 매각 자체가 다시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KB금융지주가 대표적 사례다. 1995년 민영화돼 정부 지분이 1%도 없지만 행장 선임 때마다 낙하산 논란에 시달린다. ‘KB사태’ 이후 결국 KB금융지주는 사규를 손질해 주주가 사외이사 예비후보를 추천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결과 이병남 LG경영개발원 인화원 고문이 소액주주인 경제개혁연대 추천으로 사외이사에 올랐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내년 투자자들의 대리인인 사외이사들이 차기 행장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불개입 원칙을 실천하는 것이 향후 우리은행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점주주들의 구성도 민영화 성패를 가를 만한 요소다. 만약 특정 국가의 자본이나 사모펀드 등에 지분이 집중되거나, 일부 투자자가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한다는 이면약정을 맺는다면 과점주주 방식의 장점이 퇴색될 수 있다. 제2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우리은행 지분 인수에 나설 과점주주들이 누구인가에 따라 투자 매력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공적자금관리위원회#우리은행#민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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