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재건축 시공사 선정 시기를 놓고 이견을 보이면서 서울시내 재건축 사업들이 큰 혼란에 빠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2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올 3월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도정법)’을 개정해 도시 정비 사업을 조합과 건설사가 공동 시행하는 경우 시공사 선정을 조합설립인가 직후로 앞당길 수 있도록 했다. 건설사들은 이런 조치에 맞춰 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인 곳들에서 공사를 따내기 위한 치열한 물밑 작업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서울시가 최근 “설계안도 없이 시공사를 선정해 건설사가 공사비를 무분별하게 늘릴 우려가 있다”며 재건축 사업의 막바지 과정에 해당하는 건축심의 단계에서 시공사를 선정하는 내용의 행정지침을 예고했다.
국토부와 서울시의 엇박자 행정에 건설사들은 혼란에 빠진 상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시공사 선정 시기가 앞당겨질 것을 기대하고 다수의 건설사가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재건축 수주를 위한 물밑 작업을 펼쳐 왔는데 이런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재건축 사업의 건축심의 단계에서 시공사가 확정된다면 조합과 초기부터 공동 시행에 나설 만한 건설사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지역 재개발·재건축 추진 단지 가운데 아직 시공사를 선정하지 않은 곳은 347곳이다. 이 가운데 조합설립인가를 받았거나 인가가 임박한 단지는 서초구 신동아 1·2차, 반포 3주구, 강남구 대치 쌍용1차, 용산구 한남3구역 등 150여 곳에 이른다. 이에 따라 서울시내에서 현재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시작하려는 현장의 전체 사업 일정이 늦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 강남구의 한 재건축 조합장은 “시공사를 선정하지 않은 사업장의 경우 서울시의 이번 결정에 따라 사업 지연이 불가피하고, 사업성도 악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 조합의 분담금 갈등을 차단하기 위해 사업시행인가 이후로 시공사 선정을 늦췄다고 하지만 이게 분담금 갈등의 근본적인 해법은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규제를 추가함으로써 혼선을 빚게 하기보단 상위법인 개정된 도정법 안에서 회계·감사 기능을 강화하는 게 더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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