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Life]세계정치 리스크 줄줄이… 잘나가던 코스피 주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4일 06시 50분


2016 하반기 주식시장 어떻게 움직일까

글로벌 유동성에 ‘삼성전자 효과’ 가세

23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들의 2분기(4∼6월)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5% 늘어난 37조7120억 원으로 집계됐다. 기업들의 실적이 뒷받침되자 증시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2분기 8조 원대의 영업이익을 내며 사상 최고가를 연일 경신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약진하자 코스피의 상승 탄력도 커졌다. 삼성전자의 주가가 본격적인 상승 추세에 진입한 6월 이후 이달 19일까지 코스피는 3.36% 올랐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 시장의 시가총액은 42조 원 증가했고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57조 원 급증했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코스피 종목들의 시가총액이 오히려 15조 원 줄어든 것이다. 최근 증시 상승세를 ‘삼성전자 효과’로 보는 시각이 있는 이유다. 김학균 미래에셋대우 투자분석부 팀장은 “2분기 기업 실적 가운데 삼성전자가 전체 이익의 30% 정도를 차지했다”며 “최근 국내 증시는 외국인 매수를 이끌어 지수 상승을 견인한 삼성전자의 독무대였다”고 평가했다.

기업 실적 외에도 세계적인 저금리 현상으로 더욱 풍부해진 유동성도 증시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6월 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이후 세계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으면서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신흥시장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경기 침체 우려가 완화된 데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정책 공조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안정되자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신흥국 증시의 매력이 한층 높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펀드 동향을 분석하는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TFR)에 따르면 신흥국 펀드로 7월부터 본격적인 자금 유입이 일어나며 8월 17일까지 149억 달러가 유입됐다. 국내 증시로 유입된 외국계 자금도 늘었다. 7월 이후 22일까지 외국인은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5조6000억 원을 순매수했고 이는 대부분 삼성전자를 비롯한 실적 호전 대형주에 집중됐다. 김영일 대신증권 글로벌마켓전략실장은 “국내 기업들의 2분기 실적이 뒷받침돼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로 유입됐다”고 분석했다.
하반기 증시 “박스권 등락 국면”

전문가들은 삼성전자는 내년에도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를 제외한 기업들의 올해 하반기(7∼12월)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 않다. 이상화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이어진 원화 강세로 하반기 수출주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내수와 수출 모두 축소되고 있어 증시 전망이 밝지 않다”고 말한다.

10월 이후에는 글로벌 정치 리스크가 금융시장을 위축시킬 가능성도 있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0월 유럽 지역의 선거를 비롯해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등이 예정돼 있다”며 “세계 각국이 자국 경제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보호주의 경향을 보여 신흥시장과 국내 증시에 부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금리 인상 문제도 증시를 압박하는 변수로 지적된다. 미국이 급하게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은 낮지만 시장에서는 연내 금리 인상 확률을 높게 보고 있다. 미 연준의 전통적인 통화정책 판단 지표인 실업률과 물가, 경제성장률 등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10월 이후 금리인상 우려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하반기 코스피가 1,900에서 2,100 사이의 박스권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많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글로벌 유동성은 아직 우호적인 상황이지만 수출과 기업 매출 성장에 대한 확신이 부족해 국내 증시는 제한적인 움직임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정연 기자 pressA@donga.com
#코스피#경제#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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