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의 희망’ 동부하이텍, 부활 날갯짓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5일 03시 00분


2분기 영업익 442억 최대 실적

경기 부천시 수도로 동부하이텍 부천공장 시스템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연구원들이 설비를 점검하며 웨이퍼를 옮기고 있다. 동부하이텍 제공
경기 부천시 수도로 동부하이텍 부천공장 시스템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연구원들이 설비를 점검하며 웨이퍼를 옮기고 있다. 동부하이텍 제공
누구도 도와주지 않았다. 2013년 동부그룹 구조조정의 원인으로 지목되며 ‘돈 먹는 하마’ 취급도 받았다. 매각 우선순위에 오르는 위기도 겪었다. 하지만 김준기 회장(사진)은 끝까지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동부하이텍을 지켜냈다. 스스로 ‘산업 농사꾼’이라 부르며 반도체(동부하이텍), 종자(동부팜한농) 등 ‘씨앗 산업’에 주력했던 김 회장에게 남은 마지막 회사였다.

그리고 올해 2분기(4∼6월) 동부하이텍은 사상 최대실적(매출 1900억 원, 영업이익 442억 원)을 냈다. 2001년부터 2013년까지 매년 2000억∼3000억 원대 적자를 면치 못하며 누적 영업 손실만 3조 원에 이르렀던 회사였다. 동부하이텍이 오랜 부진을 털어내고 시스템반도체 소재 부품 사업을 기반으로 그룹 재정비의 선봉에 서고 있다.
○ 반도체 사업 부진과 위기

2001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반도체 분야 절대 강자들과 달리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동부하이텍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산업 전반에서 수요가 많고 부가가치가 높아 시스템반도체를 세계 각국에서 전략사업으로 지정해 적극 육성했던 것과 달리 우리 정부는 별다른 지원이 없었다.

승부수도 통하지 않았다. 2002년 아남반도체를 인수해 사업을 확장했지만 대규모 차입에 따른 이자 부담과 정보기술(IT) 거품이 꺼지던 시기가 맞물려 고전했다. 당시 동부하이텍은 부동산과 지분 매각, 김 회장의 3000억 원대 사재 출연에 힘입어 가까스로 재기했다.

가장 큰 위기는 2013년 12월 산업은행 주도로 진행됐던 매각 작업. 2000년 충북 음성군 상우공장 건설 당시 반도체 제조에 가장 중요한 물을 끌어오기 위해 남한강으로부터 공장까지 20여 km에 이르는 송수관과 10여 개의 송전탑을 직접 설치했던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되려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동부하이텍은 무너지지 않았다. 동부하이텍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경쟁국인 중국에까지 매각을 추진했으나 2년이 넘는 시간이 흐르도록 매각 작업이 답보상태에 빠지면서 가까스로 살아남았다”고 말했다.
○ 부활 그리고 변신

살아남은 동부하이텍은 돈을 벌어들이는 회사로 부활했다. 2014년 사업 진출 13년 만에 영업이익 456억 원을 내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치열한 기술개발을 통한 경쟁력 강화가 관건이었다. 수입에 의존했던 액정표시장치(LCD) 구동칩, 전력관리칩, 터치센서 등을 자체 개발했다. 고객사를 국내뿐 아니라 중국, 일본 등으로 다변화시키며 자립할 기반도 갖췄다.

성과는 있었다. 일본의 한 대형 반도체 기업은 2014년부터 매년 두 배 이상 납품 물량을 늘리고 있다. 지난해 동부하이텍 매출의 약 45%(3000억 원)를 차지했던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분야 판매량도 늘고 있다.

사업 전망도 밝다. 글로벌 시장 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지난해 시스템반도체 시장 규모는 2676억 달러(약 307조 원)로 전체 반도체 시장의 76%를 차지하고 있다. 2019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은 3.3%로 메모리반도체(0.5%)보다 높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동부하이텍 고위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 50여 개에 불과하던 국내 시스템반도체 설계업체(팹리스)가 동부하이텍 파운드리 사업에 힘입어 15년 만에
150여 개로 늘었다"며 “그동안 쌓아왔던 기술력을 토대로 한국 반도체 산업이 균형 있게 발전할 수 있도록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동부하이텍#김준기#시스템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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