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이마트 자체 개발 제품으로 가득찬 집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세계그룹 제공
“지금이 터닝 포인트입니다. (하지만) 항상 불안해요. 끊임없이 선택하고 발명품을 만들어 내야 해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입사 후 20여 년 동안 맡은 일 중 스타필드 하남이 가장 중대한 미션이 아닌가’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고객들에게 전달될 홍보 잡지에서다. 이 잡지는 다음 달 문을 열 신세계그룹의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하남 매장에서 배포된다.
25일 입수한 그의 인터뷰에는 고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비전과 전략이 담겨 있었다. 정 부회장은 인터뷰에서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낙장불입(落張不入·한 번 내놓은 패는 다시 물리지 못한다는 게임의 원칙)’을 언급했다. 이는 (신사업을 앞두고) 고객과 직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나의 각오”라며 “사내 게시판에도 몇 번 올렸는데 별 반응이 없더라”며 농담을 덧붙였다.
이마트의 자체 패션 브랜드 ‘데이즈’를 일본 최대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를 넘는 국민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는 “담당자들 다 불러 놓고 유니클로를 잡겠다고 하니 다들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모르더라”며 “내가 입고 싶은 옷을 만들라고 했더니 ‘그럼 비싼데 어떻게 하냐’고 해 셔츠 3만9000원, 바지 5만9000원, 재킷 9만9000원으로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합쳐 30만 원이 넘으면 안 된다고 가격을 정해줬다”라고 강조했다.
유니클로와 차별점을 두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그는 “우선은 내가 입을 수 있는 옷이 목표다. 데이즈 아동복도 우리 쌍둥이가 입을 수 있는 아동복으로 바꿨다”며 “앞으로 인테리어 소품 등을 파는 ‘데이즈 홈’도 만들어 궁극적으로는 ‘데이즈 토털 스토어’를 구상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유통업계는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이마트도 예외가 아니다. 올해 2분기(4∼6월)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29% 감소해 어닝쇼크를 경험했다. 경기 침체 탓이 크지만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 변화도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정 부회장은 고객과의 교감을 통해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회의에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세상에 없던’이다. 당장 고객이 빈손으로 우리 매장을 떠나도 좋다. 좋아하는 사람과 사귀고 싶다고 처음부터 키스하려 하면 안 된다. 고객의 시간, 기억, 경험을 잡도록 하면 매출은 자연히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자신의 근황도 소개했다. 그는 “건강검진 결과를 보고 다이어트를 심하게 했다. 그래서 입맛이 별로 없는데 이때 통과한 음식이 진짜 맛있는 것”이라며 “그래서 요즘 피코크(이마트 식품 브랜드) 음식이 다 맛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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