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정부가 1257조 원이 넘는 가계부채의 연착륙 해법으로 ‘주택 공급 조절’이라는 카드를 처음으로 꺼냈다. 주택 용지 공급을 줄여 분양시장의 대출 수요를 조절하겠다는 뜻이다. 이와 함께 집단대출에 대한 보증 한도를 줄여 은행 문턱을 높이기로 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급랭을 우려해 부동산 전매(입주 전에 분양권을 되파는 것) 제한 강화, 집단대출에서 대출자의 상환 능력을 평가하게 만드는 ‘여신 심사 가이드라인’ 등의 강도 높은 대책은 포함되지 않아 반쪽짜리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가계부채 증가세를 낮추는 ‘총량 규제’에 집중하다 보니 부채의 질 관리에 소홀했다는 비판도 있다.
○ 주택 물량 조절해 부채 잡기
정부는 아파트를 지을 땅의 공급을 줄이고 보증 및 사업 절차를 강화하는 ‘투 트랙’ 방식의 주택 공급 조절 대책으로 분양시장에 몰리는 대출 수요를 억제할 계획이다. 지난해 12만8000채가 공급됐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택지 물량을 올해는 지난해의 58% 수준인 7만5000채까지로 줄인다. 다음 달부터 미분양 관리 지역에서 분양할 경우 택지를 매입하기 전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 보증 예비 심사를 받도록 했다.
정부가 ‘주택 공급 조절’ 카드를 꺼낸 것은 지난해 사상 최다인 51만6000여 채의 아파트가 공급되는 등 분양 열기가 달아오르면서 아파트 집단대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1∼6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의 49.2%가 집단대출이다. 이문기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전체 택지의 30%가량을 차지하는 공공 택지의 공급량이 민간 택지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공급 과잉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10월부터 중도금 대출(집단대출)에 대한 보증 건수도 4건에서 2건으로 줄인다. 분양권을 되팔아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기 수요를 제한하기 위한 것이다. 또 보증률을 100%에서 90%로 낮춰 은행들이 사업성 평가를 면밀히 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11월부터는 은행들이 반드시 집단대출을 받는 사람들의 소득 자료를 확보하도록 했다. 아울러 정부는 필요한 경우 여신 심사 가이드라인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다만 한 시중은행 여신 담당 임원은 “보증률이 낮아진 만큼 대출액을 줄이면 된다”며 “보증률을 낮추고 소득 자료를 확보하라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부동산 경기 위축을 우려해 분양권 전매 제한은 이번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분양권 전매 제한은 둔탁한 규제가 될 것”이라며 “주택시장이 급격히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번 대책에 분양권 전매제한 강화책 등 규제방안이 빠져 있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일각에선 이번 대책이 부분적인 효과가 있겠지만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한다.
특히 저금리로 시중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쏠리는 상황에서 공급을 줄일 경우 시장 양극화와 ‘쏠림 현상’만 심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인기 없는 지방 주택 시장의 가격은 떨어지겠지만 신규 공급이 줄어들면 강남을 비롯한 서울과 수도권 인기 지역의 가격은 더 뛸 것”이라고 말했다. 잠재 수요가 많은 이런 지역에서는 공급 축소가 가격 상승의 촉발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 “부채의 질 고려 안 한 땜질 처방” 지적도
정부는 최근 크게 늘어난 저축은행,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 대출에 대해서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상호금융권의 토지 등 비주택 담보대출에 대해 11월부터 담보인정한도를 현행 50∼80%에서 40∼70%로 낮추는 정도에 그쳤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주택 공급량 감축과 같이 가계부채를 총량 규제로 접근하면, 주거 비용이 증가하고 경기 침체가 가속화되면서 가계부채와 관련해 위험이 커질 수 있다”며 “상환 능력별 대출 규제라는 키워드를 갖고 정책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큰 그림 없이 문제가 발생한 부분만 틀어막는 ‘땜질 처방’으로 가계부채가 더 취약한 채널로 전이되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여신 심사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뒤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했지만 8개월 만에 추가 대책을 내놓아 가계부채 관리 실패를 인정한 셈이 됐다.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국토교통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이 참여하는 ‘가계부채관리협의회’는 올해 2월 열린 후 이달 19일 다시 열리기까지 6개월간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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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26 08:46:48
과거 부동산 투기 광풍에 잔뜩 낀 거품이 빠지길 실수요자는 기다리고 있는데 현 정권은 부동산 투기꾼들을 동원 혹은 양산시켜 오히려 주택 가격을 올리고 그 보상으로 전월세금 대폭 상승시켜주는 뻐꾸기 같은 현 정권...높은 전월세로 고통 받는 국민은 안 보이는 맹인정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