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몰린 제2금융권 가계빚 폭증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6일 03시 00분


[한국경제 3중고/가계 부채]
석달새 10조 늘어 증가폭 사상최대… 침체 지속땐 시스템 불안 커질수도

가계 빚 증가세가 다시 가팔라진 가운데 올해 상반기(1∼6월)에 가계가 상호금융·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에서 빌린 대출이 사상 최대 규모로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가계부채 고삐를 죄겠다며 은행권의 대출 문턱을 높이자 관리감독이 취약한 제2금융권이 부실의 ‘뇌관’이 되는 모양새다. 가계부채의 총량뿐만 아니라 질까지 빠르게 악화되면서 한국 경제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에만 가계부채는 33조6000억 원 늘었다. 1분기 증가액(20조6000억 원)보다 13조 원이 많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2년 4분기 이후 분기 기준으로 두 번째로 큰 증가폭이다.

이 같은 증가 속도라면 6월 말 현재 1257조3000억 원인 가계부채가 연말에 1300조 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경기 회복세가 더딘 가운데 가계 빚이 빠르게 늘어 민간 소비가 위축되고 성장 잠재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가계부채의 증가 속도뿐만 아니라 ‘질’까지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심사를 강화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도입한 뒤 제2금융권과 아파트 집단대출을 중심으로 가계 빚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6월 말 현재 상호금융(농협·신협), 새마을금고, 저축은행 등 비(非)은행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잔액은 266조6000억 원으로 작년 말보다 18조 원 증가했다. 올 3월 말보다는 10조4000억 원 늘었다. 대출 잔액은 물론이고 분기 및 반기 기준 증가폭 모두 사상 최대치를 나타낸 것이다.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으로 은행에서 대출받기 어려워진 저소득·저신용자들이 제2금융권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커진 것이다.

비은행권 가계대출 가운데 ‘생계형 대출’로 꼽히는 신용대출 등의 기타 대출도 상반기에 사상 최대 폭인 10조4000억 원 늘었다. 경기 침체가 길어지는 가운데 대출자의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제2금융권 대출이 급증하면 금융시스템의 불안이 커질 수 있다. 한은 관계자는 “비은행권 대출은 여신심사 기법이 떨어지는 데다 빚 갚을 능력이 부족한 취약계층이 많다”며 “취약계층의 채무 부담이 늘면서 금융, 경제 전반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에 포함되지 않아 소득 심사를 제대로 받지 않는 집단대출도 상반기에만 11조6000억 원이 늘어 은행권 전체 주택담보대출 증가액(23조6000억 원)의 절반을 차지했다. 아파트 분양 후 입주까지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앞으로 2, 3년간 집단대출이 가계대출 증가세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가계부채 총량도 중요하지만 질을 집중적으로 개선하는 대책이 시급하다”며 “대출 가구의 소득, 상환 능력을 따져 세밀하게 가계부채를 감시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가계 부채#제2금융#서민#가계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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