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시끄럽고 들썩들썩하다. ‘듣보잡 정책’들을 쏟아내니 그럴 만도 하다. ‘산악승마 도입’ ‘안테나숍 개설’ ‘에어비앤비 연계 상품 출시’…. 보고서 제목만 봐선 소속 부처를 가늠하기도 어렵다.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산업과 얘기다. 농촌산업과는 6차산업, 농산촌관광 등 현 정부 농촌농업 정책의 핵심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안팎의 평가가 좋다. 올해 들어 8월까지 월별 농림부 우수성과 사례로 3번 선정됐다.
“패배적 분위기에 갇혀 있던 농촌에 6차산업의 열기를 확산시킨 게 가장 큰 성과입니다. 창의적 아이디어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간의 결실을 구체적으로 소개해 달라고 하자 이정삼 농촌산업과장은 이같이 설명했다. 6차산업 창업자 수 20% 증가, 6차 산업 인증사업자 평균 매출 12% 증가 등 손에 잡히는 성과가 적지 않지만 수치보다는 농촌·농업 살리기의 기반이 조성되고 있다는 데 의미를 둔다.
실제로 농업은 내부의 변화와 외부의 인식 전환을 통해 어느 때보다 빠르게 바뀌고 있다. 농촌 관광객은 2014년 828만 명에서 올해 10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6차산업에 대한 소비자 인지도는 66.3%(지난해 기준)에 이른다. 40대 이하 귀농귀촌 인구가 매년 크게 늘고 있는 것도 농업과 농촌의 가치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과장은 “몇 년 전만 해도 농촌관광은 도농 교류 차원에서 실시됐지만 지금은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말했다.
12명으로 구성된 농촌산업과가 이런 변화를 이끌어 낸 동력은 무엇보다 이 과장의 리더십에 있다는 게 내부의 평가다. ‘예천 촌놈’인 그는 서울대 농대에 입학한 뒤 농업생태학으로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원래는 강단에 서려 했지만 농촌을 바꾸려면 교수보다 행정관료가 낫겠다 싶어 뒤늦게 공직에 투신했다. 그는 박사 취득 후 행정고시에 합격(45회)한 최초의 공무원이다. 회의 때면 수첩에 빼곡히 적어 놓은 아이디어를 풀어내곤 해 ‘수첩과장’으로도 불린다.
본인이 안온한 교수직을 마다하고 현장에 뛰어든 만큼 직원들에게도 혁신과 사명감을 요구한다. 농촌산업과에선 주무관도 본인 명의로 장관에게 ‘우선보고’를 올린다. 각자의 재량을 최대한 인정해 줄 테니 그에 맞는 책임도 지라는 것이다. 최근 자리를 옮긴 정세희 주무관은 “과장님은 회식 때면 ‘우리는 조국과 국익을 위해 일한다. 자부심을 갖자’는 말을 자주 한다. 남들이 들으면 어색할 수도 있지만 진심에서 나오는 말인 줄 알기에 우리끼리 ‘으승으승’ 하곤 한다”고 전했다.
이 과장을 보좌하는 김정락 이윤식 최춘태 사무관 등도 20년 안팎의 경력을 가진 베테랑들이다. ‘1차×2차×3차산업’이 6차산업이라면, 농촌산업과는 ‘1차 아이디어×2차 추진력×3차 네트워크’를 뜻하는 ‘6차 부서’다. 이 과장은 “그동안은 앞뒤 재지 않고 법 만들고 규제 없애는 데 주력했다. 이젠 성과를 냉정히 평가하고 문제점을 보완 개선하는 시스템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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