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기획재정부 출입기자단은 한일 통화스와프 보도로 곤욕을 치러야 했습니다. 27일 한일 재무장관회의 직후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일 통화스와프 논의를 재개하기로 합의했다”고 갑자기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한일 재무장관 협의에 이틀 앞선 25일 기재부는 출입기자단 사전 브리핑에서 통화스와프 논의 가능성은 없다고 발표했습니다. 황건일 기재부 국제금융정책국장은 “회의 의제를 조율하는 데 (통화스와프를) 공식 의제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회담 마지막에 들어갈 가능성은 없느냐는 질문에는 “상대방(입장)도 있고 시장 영향도 있다”라며 갑작스레 결정될 사안이 아니라는 식으로 답했습니다.
비슷한 시점에 이미 일본 언론에선 자국 당국자들의 말을 인용해 “이번 회의에서 한일 통화스와프 문제가 논의될 것”이란 보도가 나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재부는 통화스와프 논의는 없다고 재삼 선을 그었습니다. 당연히 국내에선 ‘한일 통화스와프 논의 배제’ ‘통화스와프 이번에도 재개 안 할 듯’ 등의 보도가 쏟아졌습니다. 그러나 유 부총리의 깜짝 발표로 모든 언론이 오보를 쓰게 됐습니다.
이 같은 일이 발생한 원인은 두 가지 정도로 추정됩니다. 우선 기재부가 언론에 미리 알려져 김이 샐까 봐 일부러 거짓 브리핑을 했을 가능성입니다. 아니면 25일 브리핑 이후에 큰 변수가 생겨 어쩔 수 없이 입장을 바꿨을 개연성입니다.
기재부는 거짓 브리핑 가능성은 극구 부인합니다. 하지만 두 번째에 대해서도 충분한 설명은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한일 통화스와프를 재개해야 한다는 주장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로 줄곧 제기돼 왔기 때문입니다. 26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관계자들이 금리 인상 시사 발언을 했지만 정부 입장을 180도로 바꿀 만한 사안은 아니었습니다.
일련의 과정에서 정부의 대응 자세는 부적절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정부의 오락가락 행보가 시장 참여자들에겐 무엇보다 큰 위협 요소가 되기 때문입니다. 정부 스스로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일이 더 이상 없기를 바랍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