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 해운동맹 퇴출 → 청산’ 유력… 해운-무역 年17兆 피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31일 03시 00분


[한진해운 결국 법정관리行]국내 수출입 화주들 초비상

30일 한진해운 채권단이 회의를 열어 만장일치로 한진해운에 대한 신규 자금 지원을 거부했다. 서울 영등포구 국제금융로 한진해운 본사 앞 신호등에 빨간불이 들어와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30일 한진해운 채권단이 회의를 열어 만장일치로 한진해운에 대한 신규 자금 지원을 거부했다. 서울 영등포구 국제금융로 한진해운 본사 앞 신호등에 빨간불이 들어와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결정하면서 해운업계는 근본적인 재편을 앞두게 됐다. 컨테이너 해운업 특성상 법정관리는 사실상 청산을 의미한다. 결국 최대 해운사가 되는 현대상선이 국내 해운업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정해진 시간에 맞춰 선박에 컨테이너를 싣고 미주와 유럽 등지로 운항하는 국내 정기선 업계는 세계 7위 한진해운과 세계 14위 현대상선의 양대 체제로 운영돼 왔다. 국내 해운업은 국내 수출입 화물 운송의 99%, 국가 전략물자 수입의 100%를 담당하고 있어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는 거의 모든 수출입 화주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현실적으로 청산 가능성 높아


일반적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업에 대해 법원이 회생이 가능하다는 결정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한진해운은 청산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한진해운을 존속시킬 때보다 청산했을 때 건질 수 있는 가치가 클 것으로 보이는 데다 법정관리와 동시에 사실상 영업이 힘들어지는 컨테이너 해운업의 특성 때문이다.

대형 해운사들은 다른 회사들과 해운동맹(얼라이언스)을 맺고 노선을 공유하면서 영업하는데 법정관리에 돌입하면 동맹에서 퇴출된다. 세계 곳곳에서 선박이 압류되면서 영업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실제 용선료(선박 임차료)를 연체하고 있는 한진해운은 5월 말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사흘 동안 선박이 억류된 일이 있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한진해운에서 돈을 받아야 하는 전 세계 채권자들이 각국 법원에 선박 압류를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

해운사는 영업 기반인 해운동맹 소속이 아니고는 거의 영업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한진해운은 곧바로 지금 속한 ‘CKYHE 얼라이언스’에서 퇴출 절차를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4월 출범할 예정인 ‘THE 얼라이언스’도 개편이 불가피하다.

팬오션이 법정관리 후 회생에 성공한 사례가 있지만 이는 사업 영역이 다르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팬오션은 다양한 화주를 상대하는 컨테이너가 아니라 한 화주와 장기 계약을 통해 원자재를 주로 운반하는 벌크선 사업이 주력이어서 법정관리 후에도 영업을 계속할 수 있었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합병은 사실상 힘들지만 한진해운의 우량 자산을 현대상선이 인수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 이 경우 영업에 도움이 될 선박이나 화물운송 계약 등을 현대상선이 인수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 ‘물류 대란’과 ‘실직 대란’ 가능성도… 국내 경제 충격 불가피

한진해운이 영업을 멈추면 당장 국내 화주들은 한진해운을 대신해 물건을 운송해 줄 다른 해운사를 찾아야 한다. 국제화물데이터 전문 조사 기관인 데이터마인에 따르면 지난해 북미 항로를 이용하는 글로벌 화주 중 삼성전자는 45.5%, LG전자는 23.5%의 물량을 한진해운을 통해 운송했다. 현대상선만으로는 한진해운의 빈자리를 채우기 어려워 부산항을 들르는 외국 선사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한진해운 퇴출 땐 운임이 올라 국내 화주들이 연간 4407억 원의 운임을 추가로 부담해야 할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진해운을 이용해 온 국내 수출 기업들은 해상 운송 대란 가능성에 대비하고 나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선박을 이용하는 덩치가 큰 생활가전제품 등은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대체 선사를 찾는 등의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양수산부도 물류 대란을 막기 위해 비상 운송 계획을 세웠다. 비상 운송 계획에는 한진해운 선박에 실린 화물을 다른 선박에 옮길 수 있도록 연결하고 선원의 신원을 안전하게 확보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해수부는 한국선주협회와 협의해 운항 가능한 국내 선박을 최대한 동원할 방침이다.

부산항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한진해운은 물론이고 한진해운이 속한 해운동맹의 배들도 부산항을 거치지 않게 되면서 환적화물이 16.4% 줄어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해수부는 한진해운이 속한 해운동맹의 해운회사들이 부산항을 이용할 수 있도록 마케팅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한편 한국선주협회는 한진해운이 청산되면 매출 소멸, 환적화물 감소, 운임 폭등 등으로 연간 약 17조14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2300여 개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한진해운의 협력 및 거래업체의 줄도산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실제 사라지는 일자리가 선주협회 관측보다 많은 1만∼2만 명까지 치솟는 실직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금융기관 차입금 8800억 원을 포함해 국내 채권 3조200억 원을 회수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경제에 미칠 파장에 그 나름의 근거가 있겠지만 피해가 17조 원까지 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김성규 sunggyu@donga.com·서동일·최혜령 기자
#한진해운#법정관리#해운#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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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추천 많은 댓글

  • 2016-08-31 09:23:00

    선량한 투자자 손실발생케한 책임을 물어, 한진그룹 전체를 배임 횡령협의 적용하고.그룹이 모든 채권자들 손해를 100%보상케해야한다. 한진그룹은 고의로 해운업만 날려버리고 나머지 그룹사들은 싹 빠져버리는 작전으로 결국 더많은 이익을 취하고 있다. 한진은 악덕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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