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절차에 들어간 한진해운의 탄탄한 해외 영업망과 인력 등 핵심 자산을 채권단 관리하에 있는 현대상선이 사들인다. 국내 2위 해운사인 현대상선이 1위 업체 한진해운을 사실상 ‘흡수’하는 방식으로 국내 해운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겠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한진해운 관련 금융시장 점검회의’에서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선박과 영업 네트워크, 인력 등 우량 자산을 인수해 최대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진해운이 보유한 컨테이너선 99척, 인력 4800여 명, 해외 현지법인 23곳, 해외 영업지점 100개, 세계 90개 항만을 연결하는 70여 개 운항 노선 중 일부가 현대상선으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까지 ㈜한진에 2351억 원 규모의 자산을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 과정에서 돈이 되는 자산을 대거 내다팔아 일각에서는 현대상선에 넘길 만한 우량 자산이 거의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유형 자산보다 세계 7위 해운사인 한진해운의 노하우가 축적된 해외 영업망과 네트워크가 현대상선이 넘겨받을 알짜 자산으로 꼽힌다. 한진해운은 미주항로 점유율이 세계 5위일 만큼 주요 항로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양대 선사의 해외 영업망을 더하면 비용을 줄이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며 “특히 해외 화주들과 탄탄한 관계를 맺어온 한진해운 핵심 인력을 현대상선이 흡수하면 경쟁력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해운의 용선(선주에게 빌린 선박)이나 사선(소유권을 가진 선박) 중에서도 알짜 선박은 현대상선이 인수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재 업황이 좋지 않아 선주들이 배를 가져가도 마땅히 빌려줄 곳이 없어 현대상선이 협상을 통해 승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인이 있는 한진해운을 살리려고 1조 원이 넘는 자금을 추가로 쏟아붓는 것보다 채권단 손에 들어온 현대상선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더 낫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채권단이 한진해운에 계속 지원을 했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며 “알짜 자산을 현대상선에 넘기면 국부 유출도 막고 국적 선사인 현대상선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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