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이번에 리콜하는 ‘갤럭시 노트7’ 물량은 전 세계적으로 250만여 대(소비자가 개통한 140만여 대+국내외 이동통신사에 팔린 110만여 대)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교환 및 환불에 소요되는 비용을 정확히 공개할 수 없지만 마음이 아플 정도로 큰 금액”이라며 “그럼에도 고객 안전에 문제가 있어선 안 되기 때문에 금전 규모와 관계없이 응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갤럭시 노트7 소비자가격이 평균 100만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리콜 액수는 2조5000억여 원에 이른다. 리콜 액수가 전액 손실로 이어지진 않지만 최소한 수천억 원의 손실이 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삼성전자는 배터리만 교체해주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이보다 더 강력한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내부 의견에 따라 ‘새 제품 교환’ 카드를 꺼냈다. 일시적인 위기 모면보다는 정면 돌파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소비자 신뢰를 얻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본 것이다. ○ 19일부터 새 제품 교체 가능
갤럭시 노트7을 구매한 국내 소비자는 이달 19일부터 새 제품으로 교환받을 수 있다. 자재 수급과 제품 준비에 2주가량 걸리기 때문이다. 그 이전에 사용에 불안함을 느끼는 소비자들을 위해 삼성전자는 배터리 이상 유무를 확인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3일부터 전국 삼성서비스센터에서 검사해주기로 했다. 교환을 원치 않는 소비자들은 자신이 구매한 매장을 찾아가면 3일부터 갤럭시 S7엣지 등 다른 제품으로 교환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시작하려던 유럽 지역 판매 일정도 당분간 미루기로 했다. 다만 전날 판매에 들어간 중국의 경우 문제 소지가 없는 배터리만 장착한 제품이 출하된 만큼 판매중지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 ○ 배터리 셀 자체 문제
갤럭시 노트7의 발화 원인은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 생긴 문제로 확인됐다. 배터리 셀 내 음극(―)과 양극(+)이 접촉하면 열이 발생해 화재나 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 이 때문에 양극을 각각 얇은 막 형태 파우치팩으로 보호한다. 하지만 제조 공정 중 하나인 건조 과정에서 파우치팩이 수축되면서 뒤틀렸던 것이 문제였다. 여기에다 양극을 분리하는 극판까지도 눌리며 결국 발화가 된 것으로 파악됐다.
고 사장은 “무선사업부 품질기준도 모두 통과했지만 제조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갤럭시 노트7은 삼성SDI 배터리를 70%, 중국 ATL 제품을 30%가량 장착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배터리는 삼성SDI에서 제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 사장은 “(삼성SDI가 아닌) 다른 회사의 배터리도 모두 철저하게 검토한 결과 문제가 없었다”며 “이전에도 내장 배터리를 사용했지만 문제가 없었던 점을 고려하면 배터리 문제는 갤럭시 노트7에 국한해 보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 정공법 선택
삼성전자가 제품 품질 논란으로 관련 사업부장이 사과까지 한 일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993년 신경영선언의 화두로 ‘질(質)경영’을 선포한 뒤 삼성전자는 세계 최고 품질을 앞세워 세계 1위 전자업체로 성장했다.
전에 없던 난관을 만난 삼성전자는 ‘정공법’을 선택했다. 처음 발화 사례가 접수된 지난달 24일 곧바로 제품을 수거해 원인 분석을 했다. 원인을 찾은 직후엔 긴급 기자 브리핑을 열었다. 당초 해외 거래처 중에서는 향후 판매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삼성전자가 문제와 원인을 세세하게 공개하는 데 반대한 곳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당장 실적과 거래처 관계를 무시할 수 없지만, 장기적으로 회사 브랜드 이미지와 고객 신뢰도를 위해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공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최종 판단했다”고 밝혔다.
고 사장은 “문제가 된 배터리 회사 이름을 거명하지 않겠다”며 “우리(삼성전자)랑 같이 개발하고 검증했기 때문에 이건 제 문제”라며 모든 책임을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리콜 사태가 단기적 손실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3분기(7∼9월) 실적은 부진하겠지만 새로 나올 아이폰에 들어가는 부품 역시 삼성전자가 공급하는 만큼 내년도 실적을 기대해 볼 만하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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