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생활가전 핵심 부품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 세탁기, 냉장고 등 완제품 중심으로 판매하는 B2C(기업-개인 간 거래) 시장을 넘어 글로벌 가전 업체들에 모터, 컴프레서 등 핵심 부품을 파는 B2B(기업 간 거래) 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중국, 유럽 시장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2일(현지 시간) LG전자 조성진 H&A사업본부장(사장·사진)은 국제 가전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독일 베를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55년 동안 쌓아온 생활가전 핵심 부품 기술을 이제 글로벌 시장에 본격적으로 내놓으려 한다”며 “핵심 부품부터 세트까지 제품 생산의 포트폴리오가 완성됐으며 어디 내놓아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 “LG전자 핵심 부품 경쟁력 있다”
모터, 컴프레서 같은 핵심 부품은 가전제품의 ‘심장’이라 불린다. 세트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세련된 디자인 덕분에 국내에서도 유명한 영국 브랜드 다이슨의 진공청소기, 날개 없는 선풍기, 헤어드라이어 등도 모터 경쟁력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다.
LG전자는 종합가전 업체로는 드물게 핵심 부품부터 완제품 생산까지 수직계열화 체계를 갖추고 있다. 모터와 컴프레서를 연구하는 인력이 생활가전 신제품 기획 단계부터 직접 참여해 에너지 효율, 내구성 등 최적화 방안을 찾는다.
핵심 부품 관련 특허 경쟁력도 높다. 2001년 최초로 개발한 인버터 리니어 컴프레서의 경우 국내외 특허만 1200여 건을 확보했고 DD(다이렉트 드라이브) 모터도 총 130여 건의 특허를 등록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글로벌 가전기업들은 세트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핵심 부품 판매를 꺼려 왔다. LG전자의 B2B 시장 진출도 결국 세트 판매에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조 사장은 “단순히 전기를 꼽으면 작동했던 모터, 컴프레서는 이제 소프트웨어(SW)적 요소가 결합한 복합적 부품으로 변화했으며 이 SW 영역 기술을 블랙박스화해 판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쟁사가 핵심 부품을 사서 세트 판매가 이뤄지기까지 통상 1년이란 시간이 걸리는데 LG전자는 이 기간 한 단계 높은 핵심 부품을 또 만들어낼 수 있는 연구개발(R&D) 능력도 갖췄다고 자신하고 있다.
○ ‘프리미엄, B2B, 스마트홈’ LG전자의 미래
LG전자는 4일(현지 시간) 열리는 기업 고객을 위한 부품 전문 전시회 ‘IFA 글로벌 마켓’에서 B2B 사업 확장의 첫걸음을 뗀다. 세탁기·건조기·청소기용 모터, 냉장고용 인버터 리니어 컴프레서 등 핵심 부품 30여 종을 한꺼번에 공개한다.
조 사장은 “20% 안팎에 머물고 있는 B2B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려 B2B, B2C 양쪽 모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변화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LG전자가 글로벌 전시회에서 핵심 부품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이날 조 사장은 올해 상반기(1∼6월)에 판매를 시작한 LG전자 프리미엄 가전 라인업인 ‘LG 시그니처’ 생산설비 추가 투자 가능성, 스마트가전 및 생활로봇 사업 확장 계획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조 사장은 “LG 시그니처 제품이 예상보다 많게는 5배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어 생산 물량을 늘리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히고 “또 로봇 부문은 가전제품과 연계될 가능성이 높아 H&A사업본부에서 미래 로봇 사업을 준비하고 있으며 곧 구체적 성과를 내보이겠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가전, 핵심 부품 B2B 사업, 스마트홈 영토 확장, 이 세 가지가 LG전자 H&A사업본부의 미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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