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산업대출 사상최대 10조원 증가… 79%가 서비스업에 몰려
은행권 대출심사 강화 ‘풍선효과’ 美 금리인상 예고에 부실 우려 커져
금감원, 가계 빚 대책 TF 구성
올 상반기(1∼6월)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이 자영업자와 기업들에 빌려준 돈이 사상 최대 규모인 10조 원 넘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이 급속도로 늘고 있는 가운데 민간 부채의 취약 고리로 꼽히는 자영업자 대출까지 증가하면서 부채의 질이 악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물론이고 제2금융권의 신용대출도 가파르게 늘면서 금융당국이 제동에 나섰다.
○ 자영업자 ‘대출 쏠림’ 커져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저축은행, 상호금융(농협·신협), 새마을금고 등 비(非)은행 예금취급기관의 산업대출금 잔액은 170조3410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0조797억 원(6.3%) 늘었다. 이 같은 증가 폭은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8년 이후 반기 기준으로 최대 규모다.
문제는 제2금융권의 산업대출 급증세를 사업이나 생계를 위해 돈을 빌린 자영업자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데 있다. 한은 관계자는 “은행과 달리 비은행 기관은 자영업자 대출 통계가 따로 집계되지 않지만 산업대출 증가액 대부분을 서비스업이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영업자 대출이 크게 늘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이 주로 속한 도·소매, 음식·숙박, 부동산·임대업 등 서비스업의 산업대출 잔액은 6월 말 현재 118조8140억 원으로 전체 산업대출의 70%에 이른다. 특히 상반기에만 서비스업 대출은 7조9956억 원이 늘어 전체 산업대출 증가액의 79%를 차지했다.
이는 경기 침체로 생계형 대출을 받는 자영업자가 늘어난 가운데 올 5월부터 은행권의 대출 심사를 강화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 자영업자들이 대거 제2금융권으로 옮아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저금리 장기화로 비은행 기관들이 공격적인 대출 영업을 벌인 것도 한몫 했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제2금융권의 대출 금리가 은행보다 훨씬 높아 향후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시중금리가 상승할 경우 자영업자들의 이자 부담이 크게 늘 수 있다는 점이다. 경기 침체가 길어지거나 부동산 경기가 꺾일 경우 자영업자 대출에서 대거 부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금융당국, 가계부채 속도 제동
한편 금융감독원은 2일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 실태를 점검하고 관리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특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8월 말까지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예년에 비해 훨씬 빠른 편이라 속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상반기에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를 이끈 것은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에서 제외된 아파트 집단대출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서울 강남권 재건축이 활황을 보이면서 일반 주택담보대출도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은행권에 우선 이달 중순까지 자체 분석을 통한 가계부채 리스크 관리 방안을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또 은행, 보험, 상호금융 등 전 권역에서 가계부채 스트레스 테스트를 시행하기로 했다. 필요하다면 현장 조사도 진행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가계부채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토지, 상가 등 비주택담보대출 관련 가이드라인을 만들거나 상호금융권에도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는 것을 검토해 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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