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밀린 임금이 日의 10배라니 추석 앞둔 근로자는 서럽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5일 00시 00분


올해 8월 말까지 임금이나 퇴직금을 제때 받지 못했다고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낸 근로자가 21만4052명, 체불액은 9471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임금을 못 받은 근로자는 12%, 밀린 임금은 11% 늘어난 수치다. 고용부는 올해 말까지 제때 지급되지 못하는 임금이 1조4000억 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이듬해였던 2009년의 1조3438억 원을 넘어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체불 근로자와 체불임금이 급증한 가장 큰 이유는 조선업 구조조정으로 하도급 대금을 받지 못한 협력업체들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며 7월부터 조선업체와 협력업체 7800곳의 체불임금 지급과 고용유지지원금 상향 조정에 연간 4700억 원을 투입한다고 밝힌 바 있다. 조선업 구조조정 지원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도 국회에서 처리됐으니 속히 집행해야 한다.

구조조정이나 경기침체 때문이 아니라 여력이 있는데도 밀린 임금을 주지 않거나 회사가 어려워지면 제 몫부터 빼돌리고 도망가는 악덕 사업주도 여전히 많다. 일본은 2014년 체불액이 131억 엔(약 1440억 원)에 그쳤다. 체불 액수만 비교하면 한국이 일본의 10배에 이른다.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이 한국의 3배인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일본의 30배 수준이다. 회사가 힘들어도 근로자들을 끝까지 챙기려는 일본 기업주들의 자세에서 배울 바가 있다. 근로자는 물론 한 가정에 고통을 안겨주는 악덕 업주들에게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고용부는 고의적이거나 상습적인 체불 사업주를 무조건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이들의 명단도 공개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하지만 매년 설이나 추석을 앞두고 연례행사처럼 집중 단속이 벌어지는 것을 보면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 민족의 최대 명절인 추석이 2주도 채 남지 않았다. 임금을 받지 못하고 우울한 명절을 맞는 근로자가 없도록 정부와 사업주들이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고용노동부#임금체불#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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