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퇴임식을 마친 이동필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미래 농업의 한 축은 기술, 다른 한 축은 사람”이라며 “젊은이들이 농업에서 많은 기회를 찾기 바란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이동필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61)은 재임 중 ‘1·2·3·4원칙’을 고수했다. ‘한(1)달에 두(2)번 이상 현장에 가서 세(3)시간 이상 사(4)람을 만난다’는 원칙이었다. 그만큼 바쁘게 3년 5개월을 지냈다.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퇴임식을 마친 이 전 장관은 큰 짐을 내려놓은 듯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그는 “고향인 경북 의성군에 내려가 어머니와 텃밭을 일구며 지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부터 지킬 새로운 1·2·3·4원칙을 소개했다. ‘일(1)찍 일어나 하루 두(2)번 이상 들에 나가고 세(3)끼를 어머니와 먹고 많은 사(4)람의 얘기를 듣는 것’이 새 원칙이다. 이전 원칙이든 새 원칙이든 현장에서 사람 얘기를 많이 듣겠다는 게 공통점이다. 그는 “어제까지 ‘정책 입안자’ 역할을 했다면 내일부터는 ‘정책 수요자’ 입장에서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려고 한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장관이 된 이 전 장관의 재임 기간은 3년 5개월. 역대 최장수 농식품부 장관이다. 박종문 전 농수산부 장관이 보유했던 2년 9개월(1982년 5월∼1985년 2월) 기록을 깼다. 이렇게 짧지 않은 기간 동안 그는 현장 중심의 농정(農政)을 추진했다. 농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역대 어느 장관보다 현장을 많이 다닌 장관”이라고 평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현장으로 이 전 장관은 세 곳을 꼽았다.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스마트팜 시스템으로 파프리카를 재배하는 전북 김제군의 농장, 사과를 재배하면서 와인도 만들고 체험 관광 프로그램도 운영하는 충남 예산군의 농장, 그리고 충남 공주시의 고령 농가다. 스마트팜, 6차산업, 생활여건이 열악한 농민을 위한 배려 농정이라는 그의 핵심 농업정책을 대표하는 현장들이었다.
장관직을 내려놓은 이날도 그는 “스마트팜과 6차산업은 미래 농업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농산물 생산과 가공, 그리고 체험 관광 등 1·2·3차산업이 결합된 6차산업의 필요성을 전파한 주인공이 바로 이 전 장관이다.
농식품부는 올해부터 지역별로 농가나 농업법인을 묶어 함께 6차산업을 추진하는 방식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6차산업, 스마트팜으로 대표되는 첨단농업은 특히 청년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은 “과거에는 농촌에 사는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너는 농사짓지 말라’고 했지만 농업이 첨단화되면서 ‘객지에서 고생 말고 농사짓자’고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래 농업의 한 축은 기술, 다른 한 축은 사람이다. 젊은이들이 신선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거듭날 수 있는 기회가 농업에 많다”라고 조언했다.
그렇다고 이 전 장관이 한국 농업의 미래를 장밋빛으로만 보는 것은 아니다. “한국 농업은 고령화와 개방화, 그리고 양극화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 이 전 장관의 진단이다. 이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농민 유형에 따라 적합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소득이 낮은 고령 농가들은 농지연금 등을 통해 기본 생활수준을 높여주고, 그 대신 그들이 보유한 토지 등을 농업전문 경영체와 6차산업 농업인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전 장관은 “과거에는 쌀 시장 개방 등 큰 사건이 터지고 나서 대응하는 농업 정책이 주였다면 이제는 농업 발전을 위한 큰 그림을 그리고 장기적인 계획을 실천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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