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 유럽 자동차시장을 살피고 돌아온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78·사진)이 이번엔 최대 격전지인 미국으로 향했다. 그가 들고 간 핵심 키워드는 ‘미래’다.
정 회장은 5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하자마자 판매법인에 들러 현지 시장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미국 자동차시장 성장률은 2012년 13.4%에서 지난해 5.7%로 급전직하했다. 올해는 1∼8월 판매량이 1167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0.5% 증가에 그쳤다.
현대·기아차는 같은 기간 전년 동기 대비 2.5% 많은 96만4000대를 팔았다. 미국 시장점유율은 8.3%로 전년 동기 대비 0.2%포인트 상승했다.
정 회장은 “글로벌 업체들의 최대 격전지인 미국에서의 성과는 매우 중요하다”며 “그러나 당장의 성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동차산업의 미래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래는 이미 시작됐다”고도 했다.
그는 미래의 미국 자동차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핵심 요소로 고급차, 친환경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3가지를 내세웠다.
이를 위해선 지난달 중순 미국에서 출시한 제네시스 ‘G80’과 이달 선보일 ‘G90’(국내 모델명 EQ900)의 성공적인 안착이 중요하다. 지난해 11월 국내에서 성공적인 시작을 알린 현대차의 독립 브랜드 제네시스가 해외 고급차 시장의 시험대에 오른 것이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제네시스를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브랜드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G80 모델의 시작 가격을 기존 모델보다 2650달러(약 296만8000원) 높은 4만1400달러로 책정했다. 2008년 미국에 진출한 제네시스가 시작가가 4만 달러를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고급차 시장에서 G80과 동급인 차량들의 시작가도 통상 4만 달러 수준이다. 제네시스를 독립 브랜드로 만든 것에 이어 현대차가 고급차 시장에 본격 도전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정 회장은 현지 임직원들에게 친환경차와 SUV 수요 변화에도 능동적으로 대응해 줄 것을 주문했다. 그는 “친환경차 기술력을 더욱 강화해 미래 친환경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고 말한 뒤 “SUV 수요 확대가 뚜렷이 나타나는 미국 시장 환경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달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올 하반기(7∼12월)에 미국에서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와 ‘아이오닉 전기차’를 내놓고 기아차는 K5(현지 모델명 옵티마)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 친환경차 모델을 대폭 확대하는 것이다. SUV의 경우 투싼, 싼타페, 스포티지, 쏘렌토 등이 해외 유수 완성차 업체들과 정면승부를 펼치고 있다. 현대차는 미국 내 SUV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기아차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하던 싼타페를 6월 앨라배마 공장으로 이관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7일에는 멕시코 누에보레온 주의 기아차 공장 준공식에 참석한다. 이 공장은 2014년 10월 착공에 들어가 1년 7개월여 만인 올해 5월 준준형급 K3(현지명 포르테) 양산을 시작했다. 북미와 중남미 시장을 공략할 전진기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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