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람’ 증권사, 신입공채 30% 급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6일 03시 00분


글로벌 경기침체에 실적악화 겹쳐 올해 채용확정 9개사 270명뿐
M&A 서두르는 대형 증권사도 “기존 인력 재배치로 공채 여력 없어”
전문가 “장기적 인재육성계획 절실”

올해 국내 주요 증권사들의 신입사원 채용 규모가 지난해보다 30% 정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업계는 지난해 국내 증시의 상승세에 힘입어 채용 문을 넓혔다. 하지만 올해 들어 글로벌 경기 침체, 인수합병(M&A) 여파 등으로 실적이 나빠지면서 일부 증권사는 채용 계획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동아일보가 5일 국내 주요 증권사 15곳을 조사한 결과 올해 9곳에서 약 270명을 채용할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업계에서는 아직 채용 계획을 확정하지 않은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구 KDB대우증권), 삼성증권, 현대증권, 대신증권, KB투자증권 중 삼성증권을 제외한 나머지 회사들이 신입사원 채용에 나설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증권이 지난해처럼 60명을 채용한다고 해도 올해 주요 증권사 채용 인원은 330명으로 지난해 채용 인원(466명)에 비해 29%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채용 계획을 밝힌 주요 증권사 가운데 신입사원 채용 규모를 늘린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이 유일하다. 지난해 80명을 채용한 이 회사는 올해 100명 안팎의 신입사원을 선발하기로 했다. 1일과 5일 유상호 사장이 직접 한양대와 연세대를 방문해 입사 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반면 나머지 증권사는 채용 규모를 줄이거나 채용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 교보증권은 지난해의 절반 수준인 10명의 신입사원을 뽑기 위한 서류 접수를 최근 마감했다.

증권사들이 채용에 소극적인 건 실적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반기(1∼6월)엔 코스피가 2,100 선을 넘고 코스닥도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는 등 국내 증시가 상승세였다. 하지만 올해는 경기 침체로 국내 증권사들의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줄었다. 미래에셋대우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상반기 대비 58.6% 급감했으며, 신한금융투자는 59.7% 감소했다. 한 증권사 인사담당 임원은 “지난해의 높은 실적이 일시적인 현상으로 확인되면서, 각 증권사들이 채용 규모 유지나 확대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최근 이어진 대형 증권사들의 M&A도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해 창구 직원을 포함해 92명을 뽑아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많은 신입사원을 선발한 미래에셋대우는 현재 진행중인 미래에셋증권과의 합병 문제
등으로 이날까지 채용 계획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35명을 뽑은 현대증권도 KB투자증권과의 M&A가 남아 있어 사실상 채용 계획이 없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M&A가 이루어지면 신규 인력 채용보다는 기존 인력 재배치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규 채용이 감소하고, 기존 인력들이 빠져나가면서 증권업계 종사자 수도 줄어들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3만6161명이던 증권업계 임직원은 올해 6월 말 3만5938명으로 감소했다. 안동현 자본시장연구원장은 “증시 움직임에 따라 채용 정책이 좌우되면 장기적으로 인재를 육성하기 어렵다”며 “증권을 비롯한 금융산업 발전 방향에 맞춘 중장기적 시각의 인력 운용 계획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증권사#신입#공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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