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편성한 내년도 예산안에서 도로 철도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SOC)의 예산이 줄어들면서 건설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해외건설 수주 절벽이 장기화되고 있는 데다 주택 경기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공공 공사마저 줄면서 먹을거리 확보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5일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정부가 편성한 내년 SOC 예산(21조8000억 원)은 2008년 20조5000억 원(추경 포함) 이후 9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SOC 사업을 주로 담당하는 국토교통부 예산도 19조7949억 원으로, 처음으로 20조 원 아래로 떨어졌다. 분야별로는 △도로(예산 7조3854억 원·증감률 ―10.8%) △철도·도시철도(6조8041억 원·―8.8%) △댐·수자원시설(1조8612억 원·―13.4%) △항공·공항(1413억 원·―13.9%) 등의 감소 폭이 컸다.
SOC 예산은 2015년 24조8000억 원(추경 포함 26조1000억 원), 올해 23조7000억 원 등 3년째 감소 추세다. 향후 전망도 어둡다. 앞서 정부는 ‘2016∼2020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통해 2020년엔 SOC 예산을 18조5000억 원까지 줄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건설사들은 국내외 일감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SOC 예산마저 줄어들면 건설 투자와 소비가 위축돼 성장률 둔화와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하소연한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액은 2014년(660억 달러)보다 30%나 감소했다. 올해는 수주 가뭄이 더 심해져 1∼8월 수주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 감소한 173억 달러에 그쳤다.
상반기(1∼6월) 국내 건설공사 수주액도 69조417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3조9097억 원)보다 6.6% 줄었다. 같은 기간 공공 공사 수주액은 18조7082억 원으로 20% 감소했다.
SOC 일감이 줄어들면 공공 공사에 의존하고 있는 지방 중소건설업체의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대형 건설업체의 공공 공사 의존도는 16.2%인 데 비해 지방 중소건설업체는 36.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지혜 건산연 연구위원은 “SOC 투자 감소는 건설 투자, 고용, 민간 소비, 수입, 경제성장률 부문에 부정적인 파급 효과를 불러온다”며 “일자리 창출, 경제 활력 제고, 국민 안전 개선을 위해 SOC 투자를 위한 안정적 재원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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