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 돈 오래 맡길수록 손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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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기 3년짜리 예금이자, 1년짜리보다 적어
초저금리시대 ‘재테크 상식’ 깨져

《 직장인 이모 씨(33)는 최근 A은행의 정기예금 상품을 인터넷으로 살펴보다 깜짝 놀랐다. 만기가 1년 더 긴 데도 금리는 연 1%대 초반으로 같았기 때문이다. 이 씨는 “1년 전만 해도 만기가 길수록 금리가 높았는데 차이가 없어져서 눈을 의심했다”며 “은행에 돈을 오래 맡겨 놓으면 당연히 이자도 더 높게 받아야 하는데, 이제는 장기 상품에 돈을 묶어 놓으면 오히려 손해를 보게 생겼다”고 말했다. 초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시중은행 예·적금 상품에서도 장단기의 금리 차이가 사라지고 있다. 만기가 길수록 금리도 높다는 예·적금의 ‘상식’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1년 만기 상품의 금리가 3년 만기 상품보다 오히려 더 높은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
 

○ 1년>3년, 역전된 금리

6일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광주은행의 정기예금 상품들은 3년보다는 1년 만기로 가입하는 게 더 유리하다. ‘스마트모아드림정기예금’의 1년 만기 상품 금리는 연 1.07%로 3년 만기 금리인 0.93%보다 더 높다. 또 다른 상품인 ‘플러스다모아예금’도 3년보다 1년 만기 상품에 가입하는 게 0.14%포인트 더 높은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

몇 년을 맡기든 금리에 차이가 없는 상품도 있다. 우리은행의 ‘키위정기예금(확정형)’은 1년 만기와 2년 만기 상품의 금리가 동일하다. 한국씨티은행의 ‘프리스타일예금’도 2년과 3년의 금리가 1.40%로 같다. 이는 적금에서도 마찬가지다. KEB하나은행의 ‘행복투게더적금’은 3년을 선택하든 4년을 선택하든 제공되는 금리가 똑같다. BNK부산은행의 ‘가계우대정기적금’도 만기 3년이나 5년 모두 1.60%로 동일한 금리를 제공한다.

은행들은 예금 상품에 대해 1년 만기와 3년 만기의 금리 차를 보통 0.10∼0.20%포인트 정도로 유지해 왔다. 하지만 NH농협은행의 ‘채움정기예금’은 1년과 3년의 금리 차가 0.08%포인트에 불과하다. DGB대구은행의 ‘DGB행복파트너예금(일반형)’도 0.04%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 깊어지는 대형 은행들의 고민

장단기 예·적금 금리가 같아지거나 역전되고 있는 것은 은행 입장에선 금리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3년 만기 상품의 경우 가입할 때 정해진 금리가 3년 동안 적용되는데, 고객이 가입한 후 금리가 더 떨어지면 은행은 계속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B은행 금리 담당자는 “예금 금리는 국고채 금리 등의 움직임에 따라 변동한다”며 “현재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지만 미국이 기준 금리를 인상하면 금리가 어떻게 움직일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대형 은행에까지 확산될지도 관심사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난 적이 있었는데 현재 일부 상품의 금리 역전은 신규 고객 확보를 위한 마케팅 차원 등 개별 은행마다 각각 다른 이유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대형 은행으로까지 확산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은숙 신한PWM이촌동센터 부지점장은 “올해 안에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예·적금 금리가 올라갈 수도 있기 때문에 일단 6개월 정도 가입을 하고 그 이후에 다시 금리 상황을 보면서 투자를 해 나가는 것도 방법이다”고 조언했다.

박희창 ramblas@donga.com·정임수 기자
#은행#예금이자#초저금리#재테크#단기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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