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진해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개시 후 처음으로 장관급 회의를 개최하며 사태 해결에 나섰다. 법원도 KDB산업은행에 긴급 자금 지원(DIP 파이낸싱·회생 기업에 대한 대출)을 요청하는 등 최악의 물류대란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속속 나오고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추가 자금 마련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마땅한 대책은 제시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정부 대책이 해운업 구조조정에 따른 악영향과 국내 수출업체들에 미치는 타격에 제대로 대응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가 ‘발등의 불도 제대로 못 끄는’ 무능한 모습을 보인다는 지적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제4차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번 주 이후 미주, 유럽, 동남아 노선 등에 2일 투입한 1척 외에 16척을 추가로 투입할 계획”이라며 “국적 선사가 대기화물 목적지를 경유해 운항할 수 있도록 기항지(寄港地·배가 목적지로 가는 도중에 잠시 들르는 항구)를 확대하는 등의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유 부총리는 또 “한진해운 협력업체와 중소 수출기업에 대해서는 긴급 경영안정자금 2000억 원과 수출보증금 1000억 원 등을 지원해 경영 안정화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한진해운의 얼라이언스(동맹 해운사)를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한진해운의 얼라이언스에는 중국의 코스코, 일본의 K-라인, 대만의 양밍, 에버그린이 속해 있다. 정부는 또 한진해운 선박에 탑승해 있는 선원과 협력업체, 실직자를 지원하는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산은 등 주요 은행 부행장들과 만나 한진해운 협력업체와 중소 화주들에 대한 적극적인 금융 지원을 당부했다.
유 부총리는 한진해운 법정관리 개시 이후 정부의 후속 조치가 미흡해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에 대해 “비상계획을 준비했는데도 현장에 혼란과 우려를 끼친 데 대해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물류대란 해결과 관련해 법정관리를 담당하는 법원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한진해운 회생절차를 관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파산6부(수석부장판사 김정만)는 이날 산은에 한진해운에 대한 ‘대출 제공 검토 요청’ 공문을 보내 긴급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재판부는 “물류대란을 해결하고 한진해운을 정상화하기 위해선 이번 주 내로 자금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여전히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자금 지원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한진해운의 회생 가능성이 낮아 우선변제권을 갖는다 해도 자금 회수 가능성이 불투명하고, 금융 지원을 했을 때 다른 목적으로 쓰일 우려도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산은 관계자 역시 “대한항공 외에 다른 한진그룹 계열사 주식 등을 담보로 한다면 신중히 생각해볼 수는 있겠지만 한진그룹이 이런 결정을 내릴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법원이 한진해운에 대해 임시 파산보호를 승인해 미국으로 향하는 물류에 대해서는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이게 됐다. 6일(현지 시간) 미국 뉴저지 주 뉴어크 파산법원은 2일 한진해운이 제기한 파산보호 신청을 받아들이고 9일 추가 심리를 통해 채권자 보호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한진해운의 파산보호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한진해운 채권자들은 당분간 미국 영해상에 머물고 있는 한진해운 선박 등 미국 내 자산을 압류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이번 파산보호 신청 승인은 일시 명령에 불과해 향후 상황이 뒤바뀔 여지도 있다. 9일 추가 심리 때 채권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거나 한진해운이 제출할 미국 내 채권자 보호를 위한 자금 조달 계획이 충분치 못하다고 재판부가 판단할 경우 파산보호 신청은 뒤집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