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 씨(32·여)는 올해 여름휴가 이후 자신의 영상이 유포될까 봐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달 초 스위스 여행에서 에어비앤비 숙소에 묵었던 게 화근이었다. 집주인이 집을 통째로 빌려준 덕에 샤워를 하고 나와 옷을 갈아입는 등 편하게 지냈다. 숙박 이틀째 김 씨는 창가 블라인드에 가려진 폐쇄회로(CC)TV의 불빛이 깜빡이는 것을 발견했다.
김 씨는 에어비앤비 본사와 한국 지사에 집주인에 대한 조치를 요청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이달 다시 한국 지사에 전화를 하자 “해당 호스트는 경고를 받았다. 추가 조치를 원하면 본사로 다시 요청하라”는 답만 돌아왔다. 집주인은 여전히 그대로 영업을 하고 있었다.
최근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라는 메시지를 앞세운 글로벌 숙박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가 “공유경제 플랫폼을 제공한다”는 미명 아래 이용자의 안전과 국내법은 도외시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지난달 네이버 일본여행 카페에서도 한 회원이 일본 오사카 숙소 침대 밑에서 감시 카메라를 찾아내 논란이 됐다. 지난해 12월엔 독일 이용자가 미국 샌프란시스코 숙소에 숨겨져 있던 원격 조종 카메라에 알몸이 찍혔다며 에어비앤비와 임대인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국내의 에어비앤비 숙소 수는 1만8000곳에 이른다. 해외에서 묵는 국내 이용자 수는 7월 기준 전년 대비 2.5배 늘었다. 하지만 몰카 사고 대응책은 홈페이지상의 “숙소에 있는 감시 장치에 대해 게스트에게 알리고 필요한 경우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서비스 안내가 전부다. 결제 이후 연락이 끊기는 ‘유령 호스트’나 사진상의 집 구조와 다른 경우 등 사기 피해도 늘고 있지만 보상받을 방안은 요원하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국내 현행법 위반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관광진흥법상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에 공식 등록하지 않은 무허가 숙소들이 넘쳐나지만 당국의 단속 여력은 태부족이다. 오피스텔은 공유 숙박업을 할 수 없는데도 오피스텔임을 드러내놓고 영업하는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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