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지원 꼬이는 한진해운… 美당국자 긴급 방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9일 03시 00분


[조선-해운 구조조정 청문회]
‘600억원 지원 방안’ 의결 못해 대한항공, 9일 이사회 다시 열기로
채권단도 법원의 지원요청 수용 안해
美상무부 관계자 9일 우리측과 만나 쇼핑 성수기 물류차질 해소방안 논의

한진해운발 물류대란을 막기 위한 긴급 대책들이 시작부터 꼬이고 있다. 80척이 넘는 한진해운의 배가 열흘 가까이 공해상을 떠돌면서 관련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 와중에 세계 1, 2위 해운사인 머스크와 MSC는 한진해운을 대체할 노선 확보에 나섰다.

대한항공은 8일 오전 이사회를 열어 한진해운에 대한 600억 원의 자금 지원 방안을 논의했지만 안건을 통과시키지 못했다. 한진그룹은 앞선 6일 한진해운의 해외터미널 지분 등을 담보로 600억 원을 지원하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400억 원의 사재를 출연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이사회는 대한항공이 한진해운에 자금을 지원하는 데 대해 법적인 문제는 없는지, 어떤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게 가장 적정한지 등에 대해 격론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항공은 9일 다시 이사회를 열 예정이다. 그때도 결론을 내지 못하면 한진해운 ‘올 스톱’ 사태는 열흘을 넘기게 된다.

정부와 채권단도 법원의 추가 자금 지원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법원이 긴급 지원 자금을 당장 필요한 운영비로만 쓰고 한진해운 회생 절차 중 우선 변제하겠다고 했지만 자금 회수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8일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청문회에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법정관리를) 미리 대비하기 위해 운항 정보 등 대비책을 요구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며 “(한진해운은) 법정관리 직전까지 화물을 실었는데 이러한 기업들의 부도덕은 반드시 지적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진해운 측은 “해양수산부나 채권단에서 요청한 자료는 모두 제출했고 법정관리에 들어갔을 때 물류 대란이 필연적으로 나타날 것이란 경고도 지속적으로 해왔다”고 반박했다.

한진해운은 현재 일본, 영국 등에서 스테이오더(압류금지명령)를 받아 항만 접안이 가능한 상황임에도 용역비가 없어 하역 작업을 못하고 있다. 7일(현지 시간) 임시로 스테이오더가 나온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롱비치 항 외항에서 대기 중인 한진해운 선박 2척에는 컨테이너 600여 개에 삼성전자의 가전제품과 디스플레이 부품 3800만 달러(약 414억 원)어치가 실려 있다. 삼성전자는 항공편으로 대체 부품을 수송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여기엔 최소 880만 달러(약 96억 원)가 추가로 들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기업들은 더 심각하다. 8일 오전까지 한국무역협회의 ‘수출화물 물류애로 신고센터’에 접수된 건수만 220건(219개사)으로 피해 규모는 1억 달러(약 1090억 원)에 이른다.

덴마크 머스크와 스위스 MSC는 한진해운 사태로 운송 차질을 빚는 화물을 나르기 위한 새로운 태평양 항로를 확보하고 나섰다. 머스크는 15일부터 중국 옌톈(鹽田)과 상하이(上海), 부산,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연결하는 아시아∼미주 항로에 4000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급 선박 6척을 투입한다. MSC도 역시 같은 시기 아시아∼캐나다 항로에 5000TEU급 선박 6척을 투입할 예정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당장 국내 화주들로서는 대체 선박 확보에 따라 피해를 줄일 수 있겠지만 추후 글로벌 해운사들의 운임 인상 등으로 인한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물류 차질로 쇼핑 성수기를 앞두고 미국 소매업계가 물품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자 미국 상무부 관계자들이 긴급히 방한해 9일 해수부 관계자들과 물류 차질 해소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창덕 drake007@donga.com·박창규 기자
#한진해운#대한항공#이사회#물류대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