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 창업자 오르테가, 마지막으로 넥타이 맨 날이 결혼식 날

  • 동아닷컴
  • 입력 2016년 9월 9일 11시 31분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공동창업자인 빌 게이츠를 제치고 미 경제지 포브스의 세계 부호 명단 1위에 이름을 올린 여성복 브랜드 ‘자라(ZARA)’의 창업자 스페인의 아만시오 오르테가 회장(80)이 화제다.

8일(현지시간) 포브스 인터넷판이 공개한 실시간 부호 명단에 따르면, 의류업체 인디텍스의 창업자 오르테가는 순 자산 795억 달러(86조7000억 원)로 1위에 올랐다. 2위로 밀려난 빌 게이츠의 순 자산은 785억 달러(85조6000억 원)였다.

자라 창업자 오르테가 회장은 대표적인 ‘흙수저’ 출신 재벌로 유명하다.

스페인 라코루냐 지방의 철도회사 직원인 아버지와 가사도우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13세 때 학교를 그만두고 의류 공장 배달원이 됐다.

이 때의 경험이 그의 ‘패스트(fast) 경영’에 밑거름이 됐다. 그는 “디자인 숍에서 공장으로, 공장에서 의류 가게로 오가는 배달 일을 하면서 ‘유통단계를 줄이면 비용을 절약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의류업에 뛰어든 건 27세 때다. 아내와 함께 목욕가운을 팔기 시작한 그는 2년 뒤 라코루냐에 ‘자라’ 1호점을 설립했다. 아내와는 1986년 이혼했다.

‘자라’의 비즈니스 모델은 유행을 예측해 옷을 만들어 놓는 게 아니라 변화를 순발력 있게 반영하는 다품종 소량 생산 시스템이다. 2주에 한 번씩 매장 물건의 70%를 교체하며 연간 2만여 종의 옷을 선보이고 4주 이상 매장에 두는 제품이 없다.

‘자라’의 디자인 팀이 전 세계 대리점에 옷을 만들어 배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2주. 경쟁업체인 미국의 갭(Gap), 스웨덴 에이치앤엠(H&M)보다 무려 12배나 빠르다. 세련된 디자인과 함께 저렴한 가격도 무기다. 비결은 중간 유통 단계를 대거 생략하고 기획 디자인 제조 공정을 통합한 데 있다. 이를 통해 자라는 빠르게 성장해 2000년대 들어 세계적인 브랜드로 올라섰다.

오르테가 회장은 또한 검소한 생활로도 유명한데, 세계 최대 의류업체를 소유하고 있지만 청바지를 즐겨 입으며 넥타이 매는 것도 싫어해 마지막으로 맨 날이 결혼식 날이었다고 할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특히 그는 2001년 회사가 상장돼 스페인 재벌 1위로 등극한 날, 회사에 출근해 TV로 자기 자산 가치가 60억 달러 상승했다는 것만 확인한 뒤 별도의 행사 없이 바로 구내식당으로 가서 밥을 먹었다는 일화로 유명하다.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기사제보 d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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