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중구 동호로 약수시장엔 2011년부터 5년 8개월 간 자리를 지킨 빵집이 새 단장을 하고 문을 열었다. 하늘색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23㎡‘(7평) 남짓한 공간엔 온통 빵 굽는 기계만 가득해 발 디딜 틈조차 마땅치 않았다. 상호는 ’디 어스 베이커리(De‘us Bakery)’. ‘우리로부터의 변화를 이끌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가게 앞에 놓인 가판엔 맛있게 구워진 빵이 잘 포장돼 진열돼 있었다.
동네 시장통에 어울리지 않는 ‘정돈된 빵집’이 들어서게 된 배경에는 도네이션 코리아 김태우 대표의 노력이 있었다. 김 대표는 이전부터 자리 잡고 있던 시장 빵집 ‘빵 박사’를 ‘디 어스 베이커리’로 만들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김 대표는 “질 좋고 맛있는 빵집들이 시장에 이렇게 많은데 사람들이 갖는 불결하다는 왜곡된 인식 때문에 경영상의 어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문을 닫곤 한다”며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시장통 빵집을 하나의 브랜드로 묶어 프랜차이즈화 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디 어스 베이커리 1호점이 탄생한 배경이다.
제품 광고 기획사를 운영했던 김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즐겨 찾던 빵집이 결국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문을 닫는 모습을 보면서 ‘빵집 살리기’ 운동에 뛰어들었다. 친구 가족이 시장에서 운영했던 가게였기에 그가 받은 충격은 더 컸다. 혼자만 돈을 잘 버는 게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 그는 2011년부터 5년에 걸쳐 사업을 구상했다. 전국의 시장을 찾아다니며 발품을 팔고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에 기를 펴지 못하는 시장 빵집을 하나의 브랜드로 묶을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준비하는 중간에도 빵집들은 수시로 폐점했다. 2008년 1만3000여 개에서 현재 3900여 곳만 남았다.
시장통 빵집에 대한 김 대표의 사랑은 시장통 빵집 주인들의 자생을 돕는 것으로 이어진다.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들은 대부분 가게 임대료 외에 가맹점비와 보증금을 부담할 수 있는 사람들이 운영하지만 시장통 빵집 주인들은 그럴 여력이 없어 인테리어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다. 김 대표는 인테리어 비용을 전액 지원하고 가맹비 등을 일체 받지 않는다. 이날 문을 연 1호점에만 5000만 원의 비용이 들어갔지만 김 대표가 자비로 부담했다. 김 대표는 “나눔에 참여하는 개인이나 기업들의 지원을 받아 전국에 3000개 가맹점을 만드는 게 내 꿈”이라고 말했다.
우리사회에 나눔과 상생의 가치를 정착시키겠다는 김 대표는 법률 서비스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을 돕기 위한 활동도 준비하고 있다. ‘모두의 변호사’라는 앱(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모바일 무료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것이다. 누구나 질 좋은 법률 서비스에 접근하고 누릴 수 있게 하겠다는 게 김 대표의 목표다. 법률 서비스의 질도 높이기 위해 전직 대법관 출신 등 변호사 50명이 무료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현재는 베타 서비스로 운영되고 있지만 내년 초 정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사회의 약자들이 웃을 수 있는 환경을 작은 것에서부터 하나하나 바꿔가며 만들어 주고 싶다. ‘나눔은 성공의 열쇠’라는 워런 버핏의 말을 늘 가슴에 품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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