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9일 기준금리를 3개월 연속 동결했다. 가계부채 급증세가 꺾이지 않는 데다 미국의 금리 인상마저 가시화하면서 한은이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여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주열 한은 총재(사진)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한 뒤 기자간담회를 열고 “우리는 소규모 개방경제로 자본유출 우려가 있어 기축통화국보다 금리가 높아야 된다”며 “미국의 금리 인상은 국내 기준금리의 하한선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조만간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한은이 금리를 더 낮추지 못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경기가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 개선 흐름을 보이는 점도 한은의 ‘연내 금리 동결’ 관측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 총재는 “한은 모니터링 결과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로 감소했던 소비와 설비투자가 8월에 반등한 걸로 파악되고 건설 투자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며 “종합적으로 볼 때 7월 전망(2.7%)에 부합하는 성장 경로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진해운 법정관리 이후 일부 수출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정부가 대체 선박 투입 등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다”며 “조치가 원활히 진행되면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과 관련해서는 “단기적으로 일부 서비스 업종의 수요 위축과 함께 고용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250조 원을 넘어선 가계부채에 대해서는 “정부가 ‘8·25 가계부채 대책’의 시행을 앞당기고 특별 태스크포스를 통해 금융권 전반의 동향을 점검·관리하고 있어 급증세는 어느 정도 완화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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