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金) 배추’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배추 값이 급등했는데 정부가 배추 가격이 안정세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어제 농림축산식품부는 상품(上品) 배추의 포기당 소매가격이 최근 열흘 동안 1000원가량 올랐지만 비슷한 기간 도매가격은 2000원 정도 하락했다고 밝혔다. 농식품부 공무원들이 포기당 1만 원이 넘는 가격표가 붙은 마트에 가보고 하는 소리인지 모르겠다.
2010년 이후 6년 만에 ‘배추 파동’이 재연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복잡한 유통과정 때문에 산지 가격과 시장에서 소비자가 구매하는 가격 사이에 큰 차이가 나는 것을 정부가 모른다면 무능한 것이고 알고도 외면한다면 무책임하다. 올여름은 지독한 폭염 때문에 작황이 부진한 탓도 있지만 배추 농가는 대부분 파종 전 산지 유통인과 수확량에 관계없이 3.3m²(1평)당 일정 금액을 받기로 하는 ‘계약재배’를 맺고 거래한다. 산지 유통인부터 중도매인과 유통점·소매상·소매점을 거쳐 소비자까지 최소 5단계를 거치는 데다 요즘처럼 시세가 비쌀 때는 과거 손해에 대한 보상심리가 더해져 마진이 더욱 높아졌다는 것이다.
최근 취임한 김재수 농식품부 장관은 채소류 유통 과정을 전담하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출신이다. 그가 주말인 10일 강원 강릉시 안반데기 고랭지배추 재배현장을 방문해 가격 동향과 출하 동향을 점검했다고 한다. 유통과정의 폭리 문제를 점검했어야 할 배추 파동의 책임자가 사진 찍는 것 외에는 달리 할 게 없는 배추밭에 갔다니 답답하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 5월 “과거 정부 20년간 유통 정책을 평가한 결과 높은 유통비용, 큰 가격변동성, 산지와 소비자가격 비연동 등 3대 문제가 미해결 상태”라며 유통단계를 축소해 비용을 대폭 줄이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민감 품목 수급 안정을 위한 보완책을 마련하고 올해 4월 말 배추 무 등에 대한 선제적 대책을 마련했다는데 변화를 체감하는 국민은 많지 않다. 책상머리에서 보고서만 잘 쓴 것은 아닌가. 배추 값도 배추 값이지만 정부의 집행능력이 더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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