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법원 압류금지 조치… 한진해운 일단 ‘숨통’

대기중 선박들 하역작업 본격 재개
대한항공 “담보있어야 600억 대여” 그룹차원 지원 불투명… 정상화 먼 길

한진 그리스호가 10일(현지 시간) 미국 롱비치 항에 화물을 내리고 있다. 전날 미국 뉴저지 법원이 한진해운 선박에 대해 압류금지 조치(스테이오더)를 내려 선박 압류 위험이 사라진 데 따른 것이다. 해양수산부 제공

대한항공 이사회가 한진해운에 대해 담보를 확보한 후 자금을 대여하기로 결정해 한진그룹의 지원 여부가 다시 불투명해졌다. 다만 ‘물류대란’ 사태는 미국 등에서 압류금지 조치(스테이 오더)가 받아들여져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대한항공 이사회는 10일 한진해운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 롱비치 터미널 지분 54%를 담보로 설정한 후 600억 원을 대여해 주기로 의결했다. 당초 대한항공은 600억 원을 빌려준 뒤 롱비치 터미널 지분을 담보로 설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사외이사들이 채권 회수 가능성이 낮아 배임 소지가 있다고 반대해 제동이 걸렸다.

문제는 담보를 취득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진해운이 이미 롱비치 터미널 지분으로 담보 대출을 받은 6개 해외 금융회사 외에 롱비치 터미널의 또 다른 대주주인 스위스 해운사 MSC(지분 46%)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들이 파산 가능성이 높은 한진해운을 상대로 또 다른 담보 대출을 받도록 동의해 줄지는 미지수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내놓기로 한 사재 400억 원도 사태를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9일 오전(현지 시간) 미국 뉴저지 법원이 한진해운 선박에 대한 압류금지 조치를 내리면서 10일부터 로스앤젤레스 인근 롱비치 항만에 대기 중이던 한진 그리스호의 하역 작업이 시작됐다. 롱비치 항 인근에 대기 중이던 한진 보스턴호, 정일호, 그디니아호 등 나머지 선박들도 순차적으로 하역 작업을 재개할 예정이다.

해양수산부는 물류대란 사태를 막기 위해 금주 중 유럽 노선에 국내 해운사의 대체 선박을 투입할 예정이다. 또 세계 1, 2위 해운사인 머스크, MSC 등에 미주 항로, 유럽 항로에 선박을 투입해줄 것을 요청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11일 추가경정예산으로 마련한 총 4000억 원의 긴급경영안정자금으로 중소 포워딩 업체(운송대행 업체)를 지원하기로 했다.

한편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8일 국회 청문회에서 “물류대란에 대비하기 위해 한진해운에 화주 및 운항정보 등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밝힌 데 대해 11일 한진해운은 “요청은 있었지만 물류대란 대비용이 아니라 현대상선의 한진해운 자산 인수용인 것으로 알았다”고 밝혔다. 당시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선 김현석 한진해운 재무본부장(전무)이 “요청은 법정관리 후에 받았다”고 한 것을 번복한 셈이어서 위증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김성규 sunggyu@donga.com / 세종=손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