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네핏’의 최호영 대표(37)가 10여 년간 다녔던 광고회사를 그만두고 지난해 7월 핀테크 창업에 뛰어든 건 이 단순한 질문 때문이었다. 비네핏은 벌(Bee)과 혜택(Benefit)의 합성어로 ‘꿀 같은 혜택’을 주는 금융서비스를 뜻한다. 지난해 12월 이용자가 소비 패턴을 입력하면,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약 1200종을 분석해 가장 할인 혜택이 큰 카드를 추천해 주는 신용카드 큐레이션 서비스를 개발했지만 투자 유치나 사업 확장이 쉽지 않았다. 최 대표는 핀테크 창업을 지원하는 우리은행의 ‘위비핀테크랩’을 만나 현실의 높은 벽을 뛰어넘기 시작했다. 그의 회사는 육성 기업 6곳 중 하나로 선정돼 지난달 위비핀테크랩에 둥지를 틀었다.
최근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금융그룹과의 ‘핀테크 동맹’을 통해 성장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금융 노하우와 자금력이 풍부한 금융그룹이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있지만 사업을 구현할 플랫폼, 자금 등이 부족한 핀테크 창업가들의 ‘수호천사’로 나선 것이다.
○ 핀테크 기업과 은행의 이유 있는 만남
최근 은행 등 계열사를 보유한 금융그룹은 핀테크 기술과 시장을 키우는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역할을 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의 ‘1Q랩’에 입주한 크라우드펀딩 회사 ‘인크’의 고훈 대표(33)는 “대형은행은 금융 노하우가 풍부하고 새로운 시장 개척 시 알아야 하는 법규 및 규제에도 밝아 다양한 경험을 전수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과 그 계열사의 플랫폼을 활용해 함께 사업을 추진할 수도 있다.
모바일 보안 솔루션 회사인 ‘에버스핀’이 이달 초 IBK기업은행의 핀테크드림랩에 입주한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에버스핀은 일본 핀테크 공모전에서 특별상을 수상했고, 우리은행, 미래에셋대우 등이 이 기술을 도입했다. 올 7월엔 글로벌 소프트웨어 회사인 오라클과 유럽 진출을 위한 파트너 계약도 맺었다. 하영빈 에버스핀 대표(33)는 “해외 진출을 할 때도 공신력 있는 금융기관이 파트너로 지원해 주면 메리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은행과 핀테크의 상생이 금융의 미래
핀테크 기업과 은행의 동맹이 상용화로 이어지는 성공 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다. KEB하나은행의 지원을 받은 빅데이터 분석 신용평가 솔루션 회사 ‘핀테크’는 하나카드와 손잡고 영세 사업자를 위한 대출상품인 ‘1Q셀러론’을 내놨다. 데일리 저축 서비스를 개발 중인 비네핏은 우리은행과 공동으로 자산관리를 통한 소액 예적금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KB금융지주의 지원을 받고 있는 금융 빅데이터 회사 ‘라인웍스’는 KB국민은행과 함께 퇴직연금 자산컨설팅 부문에서 협업하고 있다.
은행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핀테크 기업들의 해외 진출 준비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신한금융지주의 ‘퓨처스랩’ 출신인 해외송금 서비스 기업 ‘스트리미’는 올 7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핀테크 데모데이에 참가해 영국 비트코인거래소 ‘코인플로어’와 사업 공동연구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KB금융의 ‘스타터스밸리’에서 지원받고 있는 핀테크 기업 3곳도 올 6월 캄보디아에서 열린 ‘동남아 핀테크 로드쇼’에 KB금융 컨소시엄의 일원으로 함께 참가했다.
이 밖에 NH농협은행은 KT와 손잡고 핀테크 기업에 저렴한 비용으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핀테크 업계와의 공동 생태계 조성에 나섰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앞으로 금융의 미래는 핀테크 업계와의 상생에 달려 있다”며 “지난해 말 핀테크 기업에 금융권 최초로 API(프로그램 명령어 덩어리)를 개방하는 등 오픈 플랫폼을 구축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와 채널A 주최로 23, 2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D홀에서 열리는 ‘2016 동아재테크·핀테크쇼’의 ‘핀테크 창조금융관’에선 주요 금융그룹과 협업해 동반 성장하고 있는 핀테크 스타트업들의 창의적인 기술과 서비스를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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