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실업률이 사상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정년은 이미 60세로 연장됐고, 통상임금의 범위도 과거보다 대폭 확대됐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 청년 채용을 늘리려면 임금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존의 연공서열식 호봉제를 성과와 직무에 기반을 둔 임금체계로 바꿔야 기업이 청년을 고용할 여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임금체계 개편으로 청년 채용을 늘리는 회사들이 잇달아 나오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
○ 사무직은 연봉제, 생산직은 호봉제
2007년 설립된 유가공업체 ㈜서울에프엔비는 최근 노사협의회가 주도해 임금체계를 개편했다. 이 회사는 강원 횡성군 공근면에 본사와 공장이 있다. 수도권에서 멀고 교통이 불편하다 보니 직원 채용이 쉽지 않았다. 서울에프엔비는 노사협의회를 통해 과감히 임금체계를 개편함으로써 이런 입사 기피 현상도 단번에 해결할 수 있었다고 한다. 또 통상임금 범위 확대, 정년 연장 등 법적 변화와 함께 회사 규모가 날이 갈수록 커지고, 근로자들의 기대수준이 높아진 것 역시 임금체계 개편 필요성을 높였다.
이에 서울에프엔비 노사협의회는 임금체계 개편 필요성을 공식적으로 제기했고, 노사발전재단을 통한 컨설팅도 본격적으로 받았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임금체계 개편 설명회를 열고 의견을 들었으며 각종 검증 작업도 수차례 벌인 뒤 노사 합의로 임금체계 개편에 들어갔다.
특히 생산직은 호봉제를 유지하되 상여금 제도를 개선했고, 사무직은 인센티브를 도입해 연봉제를 실시하기로 했다. 그 대신 인센티브 평가를 연 1회에서 4회로 늘려 평가의 객관성을 높였고, 평가 과정도 세분해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인센티브와 상여금은 분기별로 실시된 평가와 매출 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하기로 했다.
임금체계 개편으로 서울에프엔비 직원의 생활은 180도 달라졌다. 올해 1월 개편 이후 사무직 퇴사 인원이 단 한 명도 없었다. 과거 지방 근무에 지쳐 사표를 내는 직원이 많았던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변화다. 급여항목을 대폭 통합하면서 야근수당을 폐지했고, 이에 따라 야근업무가 대폭 감소했다. 주간 및 평일에 업무를 몰아서 하고, 야간과 주말에는 일하지 않는 문화가 자리 잡은 것이다. 서울에프엔비 관계자는 “임금체계 개편으로 이직률을 줄이고, 직원들의 만족도도 높일 수 있었다”며 “이런 효과를 바탕으로 청년 고용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 고연봉 간부들에게 ‘샐러리캡’
신소재 제조업체인 코닝정밀소재㈜ 역시 그동안 호봉, 연공 중심의 임금체계를 운영해왔다. 그러나 인건비 부담이 계속 가중되고 직원들에겐 동기부여가 잘 되지 않아 경영진의 고민이 많았다. 특히 연공이 높아지면서 임금은 오르지만 직무나 역할, 기능에 변화가 없는 현장 기능직에 대한 임금체계 개편 필요성이 계속 높아지는 상황이었다.
이에 노사는 직원들의 만족도와 고용 안정성을 높이고, 회사의 인건비 부담 완화는 물론이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성과와 역량에 기반을 둔 임금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기존 연공, 호봉 중심의 임금체계 대신 성과 능력 역량 직무에 따른 연봉제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그 대신 나이가 많고, 임금이 많은 현장 기능직 직원들의 특성에 맞는 직급과 보상 체계 역시 별도로 마련해 이들의 승진 기회도 대폭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노사는 이런 내용을 합의하고 개편 내용을 취업규칙에 전격 반영했다.
이에 따라 연공이 오르면 임금이 획일적으로 오르는 시스템이 사라졌다. 전년도의 성과, 역량에 따라 해당 연도 임금이 결정되는 방식이 전격 도입된 것. 노사 간 임금 조정을 통해 전 사원에게 공통 적용되는 인상률이 결정되면, 여기에 개별 직원들의 성과와 역량 평가 결과에 따라 직원별 임금 가감률이 결정되는 방식이다. 또 현장 기능직 직원들을 위한 별도의 직급체계(주임-전임-책임)가 신설됐다. 사원-대리-과장으로 이어지는 사무직과 사실상 동일한 승진체계를 갖춘 것이다. 별도의 승진 체계에 부합하는 보상 체계 역시 새로 만들어 고임금 인력들의 지나친 임금인상을 억제하고, 인건비 부담을 줄였다. 특히 현장 기능직 고임금 간부들에 대해서는 임금 상한선(샐러리캡)을 두기로 했다.
임금체계 개편 후 코닝정밀소재는 매출과 이익이 감소했음에도 인력을 전혀 감원하지 않았다. 특히 임금체계 개편을 통한 비용 절감분을 청년 신규 채용에 활용해 2015년에는 고졸자 105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기도 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연공서열식 임금체계를 성과와 직무에 기반을 둔 연봉제로 바꿔야 청년 신규 채용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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