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중고차 시장 투명화…평균시세 공개·허위매물 퇴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1일 17시 20분


“2000만 원 넘는 차, 단돈 920만 원에 팝니다.”

경기 김포시의 중고차 매매단지에서 일하는 김모 씨(26)는 7월 인터넷 중고차 판매사이트에 ‘2015년 식 SM7 차량을 싸게 판다’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게시글을 보고 찾아온 사람들에겐 ‘방금 팔렸다’ ‘고장났다’고 둘러댄 뒤 다른 차량을 사도록 권유했다. 2015년식 S7은 실제론 없는 허위매물이었다. 경찰 단속에 걸린 김 씨는 20일 자동차관리법 위반으로 불구속 입건됐다.

이처럼 ‘복마전’으로 불리는 중고차 시장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이달 말부터 차종·연식별 중고차 평균시세가 매달 공개된다. 정부는 대포차(불법명의차량)나 튜닝 여부 등도 알 수 있도록 하고, 중고차 매매업자가 허위·미끼매물로 두 차례 적발되면 등록을 취소할 방침이다. 국토교통부는 21일 제14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중고차 시장 선진화방안’을 관계부처들과 함께 발표했다.

●‘깜깜이’ 중고차 시장 투명화한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차 시장 규모는 신차 거래량(185만 대)의 2배 규모인 367만 대로 성장했다. 하지만 시장의 투명성이 낮아 소비자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정용기 의원이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올해 8월까지 적발된 중고차 불법매매는 1535건에 이른다. 유형별로는 △앞면 번호판을 보관하지 않는 등 매매업자 준수사항 미이행 700건(45.6%) △인터넷 광고 시 자동차 이력 등 정보 미기재 255건(16.6%) △성능점검 부적정 139건(9.1%) 순이었다.

정부는 우선 소비자들이 제대로 된 중고차 가격을 알 수 있도록 ‘자동차민원 대국민포털’(www.ecar.go.kr)에 평균 시세정보를 매달 공개하기로 했다. 매매사업조합연합회와 SK엔카, KB캐피탈, 현대캐피탈 등 5개 기관의 시세표를 취합해 이르면 이달 말부터 시세범위를 제공한다. 장기적으로는 연합회와 보험개발원, 가격조사·산정자단체 등이 합동으로 시세산정위원회를 구성해 평균시세를 산출하기로 했다.

또 이달 말부터 자동차이력관리 정보 제공항목에 대포차·불법튜닝 여부, 영업용 사용이력 등을 추가한다. 매매업자가 판매용으로 보유한 중고차의 경우 소유자의 동의가 없어도 사고·정비·압류 등 차량 상세내역을 소비자가 확인할 수 있다.

인터넷 등에 만연한 허위·미끼매물 등을 막기 위해 행정처분도 강화된다. 다음달부터는 매매업자가 허위·미끼매물을 팔다 2번 적발되면 등록이 취소된다. 지금은 3회 적발돼야 등록취소 처분을 받는다. 불법행위가 적발되면 매매종사원(딜러)도 일정 기간 직무가 정지되고, 3번 적발되면 매매업에 종사할 수 없다. 정부는 성능점검자가 거짓 점검을 하면 해당 성능점검장의 영업을 바로 취소할 방침이다.

●매매단지 인근에 차고지 허용

정부는 아울러 중고차매매업에 대한 지나친 규제를 해소하기로 했다. 우선 다음달부터 중고차 보관을 위한 전시시설과 별도로 차고지를 둘 수 있도록 했다. 지금은 별도 보관시설을 둘 수 없어 매매단지 주변에 불법 주차가 끊이지 않고 있다.

판매용 중고차량의 앞면 등록번호판을 매매업자가 보관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지금까지는 판매용 중고차를 무분별한 운행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앞면 번호판을 매매조합에 보관하도록 해 왔다. 그런데 소비자가 시운전을 하려고 할 때나 중고차를 구입한 후에 번호판을 찾으러 조합에 가야 하는 불편이 있었다.

오성익 국토부 자동차운영보험과장은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면서 업계 경쟁력도 강화해 중고차 시장이 소비자의 신뢰를 받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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