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야구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명투수 크리스티 매슈슨(1880∼1925)은 뉴욕 자이언츠 팀에서 17년 동안 373승 188패라는 눈부신 기록을 쌓았다. 패배보다 승리를 더 많이 경험한 매슈슨이지만 오히려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승리하면 조금 배울 수 있고, 패배하면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다.”
이 교훈은 야구뿐 아니라 기업의 신기술 개발에도 적용할 수 있다. 기업이 열심히 신기술을 개발했지만 운 나쁘게 그것이 다른 기술에 밀려 시장의 표준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가 있다. 과거 비디오테이프의 표준 경쟁에서 소니가 베타맥스 방식에 큰 투자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JVC 등의 VHS 방식에 패배했던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미국 뉴욕대 J P 에거스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 표준 경쟁에서의 패배를 두려워하지 말고 남보다 먼저 신기술 개발에 투자하는 것이 결국 더 큰 성공으로 이어진다.
에거스 교수는 1966년부터 2005년까지 40년간 세계 평면디스플레이 산업의 데이터를 분석해 이런 결론을 냈다. 업계 전문가들과 30여 개 기업의 현직 임직원을 인터뷰한 결과 지배적 표준이 될 기술을 잘못 파악하고 개발에 뛰어들었다가 뒤늦게 방향을 전환한 기업들이 처음부터 제대로 예측하고 개발한 기업들보다 나중에는 오히려 더 뛰어난 제품을 시장에 내놓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일반 상식에 반하는 현상이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에거스 교수는 실패의 경험이 가져다주는 장점을 꼽았다. 한 번 쓴맛을 본 기업들은 시장에서 외면당한 기술의 문제점과 시장에서 환영받은 기술의 장점을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시장과 고객에 대한 이해도도 높일 수 있다. 반면 처음부터 시장 표준 경쟁에서 승리한 기업은 일찍 찾아온 성공에 도취해버리기 쉽다.
결국 기술의 전환기에는 지배적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은 기술을 찾는 데 기업의 역량을 집중하기보다 어떤 기술이든 일단 개발을 시작해 시행착오의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설령 자신들이 개발하는 기술이 시장 표준이 되지 않더라도 개발 과정에서 쌓은 경험이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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