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넨 준지 교수 “규제개혁 효과, 천천히 건강해지는 ‘한약’과 같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3일 03시 00분


[규제 희비 쌍곡선/한일 현장 르포]日 ‘규제개혁 대가’ 안넨 준지 교수

 
“‘바보 같은 제도’를 단순히 없애는 규제완화보다 시장에서 일정한 성과를 낼 수 있는 ‘좋은 제도’까지 만들어 낼 수 있는 규제개혁이 훨씬 어렵습니다. 이런 스마트한 규제개혁만이 꾸준한 경제성장을 이뤄낼 수 있습니다.”

 안넨 준지(安念潤司·사진) 일본 주오(中央)대 법대 교수는 ‘규제개혁은 어떻게 진행돼야만 하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 그는 최근 10년간 일본의 규제개혁위원회에서 핵심적 역할을 맡아 온 브레인이자 일본에서는 ‘규제개혁의 대가’로 통한다. 이달 6일 도쿄 야스쿠니 신사 인근에 위치한 주오대 법대 회의실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규제개혁으로 한꺼번에 문제가 해결되고 성장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는 건 착각”이라며 “규제개혁은 당장 바이러스를 죽이는 ‘양약’이라기보다는 천천히 몸을 보신해주는 ‘한약’과 같은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 인터뷰 내내 한국이 진행 중인 규제개혁 전반에 대해 진지한 조언을 이어 나갔다.

 그는 특히 “한국이나 일본 모두 예전의 고도성장에 대한 기억 때문에 욕심이 많은 것 같다”고 지적한 뒤 “이미 선진국에 들어선 나라들인 만큼 저성장을 받아들이되 천천히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를 위해 정부가 행정력을 발휘하고 정치인들이 결단을 내리면서 ‘꼭 필요한 규제, 성장을 돕는 규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과거에 얽매인 낡은 규제는 과감하게 폐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어떤 규제개혁이든 반드시 기득권을 빼앗기는 집단이 있고 그들의 극렬한 반대가 있기 마련”이라면서 “나라가 발전하면 여러 이익집단의 정치적 힘도 함께 강해지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므로 여유를 갖고 풀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일을 처리해 내는 건 관료일 수밖에 없다”며 “관료들이 소명의식을 갖고 ‘표를 의식한 정책’을 쏟아내는 정치인들을 바꾸고 움직이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도쿄=고승연 기자 sea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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