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경기지표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수준으로 빠르게 악화되면서 한국경제의 전망도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잠재성장률을 높이고 새로운 수출시장 개척에 정책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청년실업률은 9.3%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3%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외환위기 여파에 시달리던 1999년 8월(10.7%) 이후 같은 달 기준으로 가장 높은 수치다. 조선·해운업종의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6개월 이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장기백수' 증가세도 외환위기 수준에 육박한 상태다.
산업현장에서도 예사롭지 않은 경기침체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신용평가사들이 무보증 회사채 신용등급을 내린 기업은 159곳으로, 전년보다 26곳 증가했다. 이는 1998년 171곳이 강등된 이래 17년 만에 가장 많은 숫자다.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제조업 엔진도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지난해 연간 제조업 가동률은 74.3%로 1998년 67.6%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올 2분기(4~6월)에는 제조업 가동률이 72.2%까지 하락해 1999년 1분기(1~3월) 71.4%에 근접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역시 1998년 외환위기 직전보다 빠르게 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올 1분기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88.8%로 1년 전(84.3%)보다 4.5%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조사 대상 42개국 중 3번째로 많이 늘어난 것으로 외환위기 직전보다도 큰 증가폭이다. 미국과 일본, 유로존 등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모두 한국보다 낮은 59%~78.4% 수준이었다.
이 때문에 내년에는 성장과 분배, 3% 이상 성장률 달성 등이 한국 경제의 주요 이슈로 떠오를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2017년 한국 경제 7대 이슈' 보고서에서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단기적인 경기 부양책도 쉽지 않아 내년에도 3% 성장률 달성에 대한 논란이 있을 것"이라며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제활동참가율 증가, 자본투입 증가, 생산성 혁신으로 잠재성장률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베트남과 인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경제전문가 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8.5%가 "높은 중국 의존도가 한국 경제의 위험"이라 응답했고, 향후 유망 신흥국으로는 베트남과 인도(각각 32.9%)를 꼽았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세종=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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