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된 TV 프로그램이 있다. ‘요즘 젊은 것들의 사표’라는 이 자극적인 제목의 다큐멘터리는 사회 초년생 직장인들의 퇴사에 관한 이야기다. 어렵게 대기업에 취업했지만 야근, 회식 같은 집단 중심의 조직문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원래 하고 싶던 일, 꿈꾸는 일을 찾아 퇴사한 젊은이들의 인터뷰는 같은 세대의 공감을 얻었다.
취업전쟁이 ‘헬’이지만 직장생활은 ‘더 헬’이라는 청년들의 토로는 달라진 사회상을 반영한다. 불과 20년 전만 하더라도 정규직 공채직원은 직장인의 꽃으로 여겨졌다. 우리는 자신을 ‘삼성맨’, ‘현대맨’으로 칭하던 이들의 자부심과 긍지를 기억한다. 그러나 다큐멘터리에서는 애사심을 높이기 위한 행사를 구태로 받아들이는 사회 초년생의 모습을 비춰 준다.
근로시간 문제도 마찬가지다. 근무시간 중 1시간의 휴게시간을 얻는 것이 근로자에게는 담대한 도전이자 위대한 투쟁의 결실이던 시대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12시 점심시간을 엄수하는 기업의 문화를 비판한다. 간단히 끼니를 때운 후 절약한 시간만큼 일찍 퇴근해 취미생활 하기를 원하는 근로자들이 늘어났다.
시대의 변화는 새로운 노동법을 필요로 한다. 현행 노동법은 제조업 풀타임 생산직 근로자를 모델로 마련된 것이다. 성과와 보수도 근로시간의 길이로 결정된다. 이 두 개의 축은 자연스럽게 종신고용과 연공서열제로 연결됐다. 직장 초년생들이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상명하복 문화는 이러한 노동법의 구조에서 파생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새로운 세대의 출현은 노동법 체계에 근본적인 수정을 요구한다. 틀에 박히고 똑같이 대우받는 근로 형태는 이들에게 고리타분하고 몰개성적인 일자리일 뿐이다. 이런 상황이 가속화된다면 ‘정규직 대 비정규직’이라는 이분법적 구도는 구시대의 유물이 될 것이다. 근로시간으로 일의 성과를 측정하는 구조도 마찬가지다. 반복되는 야근, 퇴근시간에 시작하는 회의는 근로시간이 길면 성과가 높을 것이라는 고정관념에 기반을 둔 것이다. 그러나 디지털화와 모바일화는 근로기준법의 핵심인 1일 8시간 근로시간제를 사실상 의미 없게 만든다. 스타벅스에서 노트북으로 회사 업무를 하는 것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전통적인 근로시간 체계와 이에 따른 보상체계에 탄력적인 변혁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근로조건 또한 개별화되어야 한다.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의 표준화된 근로조건은 더 이상 청년세대의 다채로운 특성을 담을 수 없다. 개인의 역량과 저마다의 자기표현이 중시되는 사회에서 ‘사적자치(私的自治)’의 가치는 다시 빛을 발한다. 이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사용자와 노동조합이 맺은 단체협약이라는 한 가지 틀에서 벗어나 사용자와 개별 근로자 간 합의를 통한 개인의 선택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아마도 이들이 원하는 것은 능력만큼, 성과만큼 대가를 인정받는 회사일 것이다.
4000∼5000년 전 고대 이집트 유적에도 “요즘 젊은이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글귀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기성세대가 어떤 푸념을 하든 역사를 바꿔온 것은 ‘요즘 젊은 것들’의 생각과 소망이었다. 공장 시대의 노동법은 산업혁명 당시 하루 19시간을 일하던 아동들의 건강과 인권을 위한 것이었다. 이제는 개인의 삶을 중시하는 이 시대 청년들의 개성과 창의를 위해 새로운 노동법을 만들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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