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주택금융公 순풍 나머지 7곳 아직 진통
예보, 다면평가 부활 등 속도… 주택금융公도 초안 확정 앞둬
産銀 등 이사회 의결로 도입 가능성, 금융노조 반발… 법정다툼 예고
예금보험공사와 주택금융공사가 인사제도를 손질하며 성과연봉제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노사는 성과주의를 정착시키기 위한 전제 조건인 공정한 인사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하지만 나머지 7개 금융공공기관과 은행권은 성과연봉제를 반대하며 총파업까지 감행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의 거센 반발로 진통을 겪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예보 노사는 공동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해 직원들이 수용할 수 있는 공정한 인사제도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선 ‘360도 다면평가’를 부활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상사가 후배를 평가하는 방식을 상사와 동료, 후배들이 다각도로 평가하는 방식으로 바꾸기로 한 것이다.
이의심의위원회도 꾸린다. 현재는 1∼3차 평가 단계마다 결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앞으론 이의 제기에 따른 결과에 대한 불만도 이의심의위원회에서 처리하고 재심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예보 노사는 4월 평가 등급을 5개로 나누고 연봉 차이를 최대 30% 두는 방안에 합의했다. 예보 노조가 금융노조 소속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직원 노조가 금융노조를 탈퇴한 주택금융공사는 성과연봉제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노사 공동 TF를 통해 다음 달 말까지 새로운 인사제도 초안을 확정하고 전국 순회 설명회를 통해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반면 한국자산관리공사, 신용보증기금, KDB산업은행 등 나머지 금융공공기관들은 노조의 반발로 논의가 전면 중단됐다. 이 기관들은 이미 이사회 의결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결정한 만큼 내년 초에 노조 동의 없이 성과연봉제를 강행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노조는 다음 달부터 공공기관들을 상대로 이사회 결정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 등을 제기하며 성과연봉제 도입을 저지할 방침이다. 조합원에게 불이익을 주는 방향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경우 조합원 절반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근로기준법을 어겼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정부가 앞서 취업규칙 변경이 사회적 통념상 타당성이 있을 경우 노조 동의가 없어도 가능하다고 본 만큼 향후 법정 다툼이 예상된다.
시중은행들은 눈치만 보고 있다. 그마나 올 초 노사 TF를 꾸려 ‘성과주의’ 도입을 논의하던 KB국민은행마저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금융노조가 2차 총파업을 진행한다고 밝힌 만큼 당분간 노조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공공기관처럼 이사회 의결만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의 반발을 극복하고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인사 전문가들은 다면평가가 인기영합주의로 흐르지 않도록, 이의 심의 절차가 투명하게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윤훈상 머서코리아 전무는 “인사팀에서 평가자가 승진 대상자에게 좋은 점수를 몰아주진 않는지, 평가 결과가 편향되진 않았는지를 수시로 모니터링하는 ‘평가 감사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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