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기업들이 파격적인 조직문화 혁신에 나서고 있다. 틀에 박힌 기존 조직문화로는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없다는 위기감에서다.
SK그룹 지주회사인 SK㈜는 26일부터 자율근무제와 자율복장제를 골자로 한 ‘조직문화 혁신안’을 전면 도입했다고 28일 밝혔다. “일이 더 잘되도록 하려면 ‘일하는 방식’도 변해야 한다”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주문에 따른 것이다. SK 관계사 중 전체 임직원을 대상으로 자율근무제와 자율복장제를 일괄 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삼성그룹도 올해 6월 실리콘밸리식 ‘스타트업’ 조직문화로 변화하기 위해 임직원 직급을 단순화하고, 수평적인 소통문화를 정착시킨다는 내용을 담은 로드맵을 6월 발표한 바 있다. 그동안 보수적이고 관료적이라는 평가를 받던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최근 연이어 ‘혁신 드라이브’에 나서면서 재계 전반으로 이 같은 바람이 확산될지 주목받고 있다. ○ 고정 근무시간 개념 없앤다
조대식 SK㈜ 사장은 이달 23일 직원들과 매달 갖는 소통시간인 ‘지화자(智話者·지식을 말하는 사람들)’에서 “우수한 직원들이 행복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는 회사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며 조직문화 혁신안을 발표했다. 또 새로운 평가·보상제도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유능한 전문인력과 신입사원 채용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자율근무제는 우선 물리적인 협업과 소통이 필요한 ‘핵심 시간(오전 10시∼오후 5시)’을 제외하고는 일하는 시간을 스스로 정하는 ‘유연근무제’ 방식으로 운영한다. 이 제도는 조만간 핵심 시간마저 개인이 자유롭게 설계하도록 하는 ‘완전 자율근무제’로 확대할 계획이다. 각자의 자율과 책임하에 고정된 근무시간 개념을 없애는 것으로, ‘얼마나 많이 일을 했는가’에서 ‘얼마나 많은 성과를 이루었나’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이다. 또 SK㈜에 자율복장제가 도입되면서 임직원은 민소매나 슬리퍼 등을 제외한 완전 캐주얼 복장으로 근무할 수 있게 됐다.
이번 혁신안 마련에는 최 회장의 ‘서든 데스(sudden death·갑작스러운 몰락)’론(論)이 작용했다. 최 회장은 올 7월 그룹 내 모든 구성원에게 “기존에는 ‘성실’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었다면 이제는 일도 세상도 달라졌다”며 “사람과 조직을 관리하는 게 아니라 일이 더 잘될 수 있도록 변화하지 않으면 서든 데스 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대기업이 앞다퉈 조직문화 혁신에 나서
현대자동차는 조직문화를 바꾸기 위해 7월 팀장 이상 임직원 전원을 대상으로 ‘현대차 워크 스마트 리더십 설명회’를 열어 리더들이 일상 업무에서부터 변화를 보여줄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는 팀장급 이상이 조직을 이끌면서 염두에 둬야 할 구체적인 행동 지침이라 할 수 있는 ‘스마트 리더 10계명’이 배포됐다. 10계명에는 비효율적인 업무 관행에서 벗어날 것, 타 부서·부문과 협업할 것을 주문하는 내용이 담겼다.
LG그룹은 사내 포털 ‘LG-LIFE’를 개설해 임직원들의 아이디어를 경청하는 장을 만들었다.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해 아이디어 제안과 공유가 잘 이뤄지지 않는 기업문화를 바꾸겠다는 시도였다. 1만8000여 건의 아이디어가 쏟아졌고 이 중 일부는 사업화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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