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에 등장한 로봇은 완벽한 인간 여성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단발머리와 눈동자, 찡그릴 때 주름이 지는 피부까지 사람과 구분되지 않았다. 그 앞에서 한 남성이 자신의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자 로봇이 고개를 숙여 이를 바라보더니 이내 자신의 손을 쥐었다 펴며 따라 하기 시작했다.
공상과학 영화 장면이 아니다. 실제 미국의 인공지능(AI) 로봇 제조사인 핸슨로보틱스에서 최근 공개한 로봇 ‘소피아’다.
이처럼 분야에 특정되지 않고 사람과 유사한 능력을 보이는 AI를 종합인공지능(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이라고 한다. 세계적인 AGI 대가 벤 괴르첼 박사(50·사진)가 28일 서울 강남구 논현로 스칼라티움에서 비영리단체인 포럼함께와 유엔미래포럼 한국지부의 공동 주최로 열린 조찬 세미나를 찾아 향후 AGI가 가져올 미래상에 대해 강연했다.
괴르첼 박사는 핸슨로보틱스에서 소피아를 비롯한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를 개발하고 있다. 오픈코그재단을 세워 자체 휴머노이드 개발 플랫폼을 대중에게 무료로 공개하기도 했다. ‘특이점 이론’으로 유명해진 천재 과학자이자 구글의 AI 연구를 이끌고 있는 레이 커즈와일(68)이 만든 미국 실리콘밸리의 싱귤래리티대 교수이기도 하다. 특이점 이론에서 특이점은 ‘기술의 진보로 인해 인공지능이 인간을 앞서는 시점’을 뜻한다.
이날 괴르첼 박사는 “미래에는 공장의 특정 공정이나 바둑, 체스 등 한 분야에서 뛰어난 AI를 넘어 인간과 동일한 능력을 보이는 AGI의 시대가 올 것”이라며 대표적인 예로 일부 국가에서 활용 중인 정책결정 시스템 ‘로바마(ROBAMA)’와 휴머노이드를 들었다.
로바마는 국가 법령과 기존 정책 및 결과, 뉴스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정보를 종합해 사회정치적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AI 엔진이다. 예를 들어 양육비 지원 정책을 한국에서 검토할 경우 투입 가능한 복지비와 대상 인원, 시민들의 필요 정도 등을 분석해 적합한 선택지를 도출해주는 것이다.
그는 “이제 기계는 단순한 커뮤니케이션 수준을 넘어 일종의 학교에서 정보를 습득하고 인간의 능력을 배울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커즈와일이 2029년 기계가 인간을 능가하는 특이점이 올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저는 2025년까지 인간을 닮은 AGI의 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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