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 ‘현대상선으로 일감 이양’ 해석
中 해운업체서 자산매입 의사 밝혀… 日-獨중심 해운동맹선 퇴출 위기
‘한진해운 법정관리 사태’가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난 가운데 현대상선 자회사가 한진해운 선박 관리 업무를 준비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물류대란은 진정세를 보이지만 한진해운의 경영 위기가 협력사로 번지고 있는 탓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세계 4위이자 아시아 최대 해운사인 중국 코스코(COSCO)가 해외업체로는 처음으로 한진해운의 자산을 매입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혀 주목된다.
29일 현대상선과 채권단 관계자에 따르면 현대상선의 선박 관리 자회사인 ‘해영선박’이 최근 한진해운 컨테이너선 2척에 대한 선박 관리 업무 준비에 들어갔다. 운항 중인 선박은 정비·수리 및 선용품(배에서 쓰이는 물품) 등의 구매 보급 등 각종 관리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한진해운은 이 업무를 유수홀딩스 자회사인 유수SM에 주로 맡겨 왔다. 유수홀딩스는 전 한진해운 회장인 최은영 회장이 경영하는 회사다.
이에 대해 채권단 관계자는 “현재 하역을 마친 한진해운 선박은 용선 계약과 함께 관리 계약도 해지되고 있어 연료가 떨어진 채 방치되는 일이 많다”며 “최소한의 관리라도 대신해줄 만한 곳을 찾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재 유수SM이 한진해운에서 대금을 받지 못해 경영이 어려워졌다”며 “제대로 된 선박 관리 업무를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한진해운과 유수홀딩스 등 ‘범(汎)한진가’의 일감이 자연스럽게 현대상선 쪽으로 넘어가게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유수SM 외에 한진해운 협력사들도 한진해운에서 돈을 받지 못해 줄도산 위기에 처해 있다. 한진해운과 거래하는 부산지역의 업체는 289곳, 종사자는 1만1840여 명이다. 이들 업체가 한진해운에서 받지 못한 돈은 538억6700만 원에 이른다. 특히 대형 터미널 운영사를 제외한 화물고박업(래싱), 선용품공급업, 예선업, 화물검수업 등의 협력업체들은 대부분 영세하고 인건비로 돈이 바로 나가야 하는 상황이어서 한진해운 거래 비중이 큰 곳들은 도산 위기에 놓였다.
한편 이날 중국 코스코 쉬리룽(許立榮) 회장은 “한진해운 측이 매각 의사가 있다면 터미널 인수를 검토할 수 있다”며 “다만 선박을 사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 7.5%인 코스코가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롱비치 항에 있는 한진해운 터미널을 인수하면 아시아태평양 노선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해운업계는 보고 있다.
한진해운은 내년 4월에 출범할 예정인 ‘THE 얼라이언스’에서 퇴출될 위기에 처했다. 구도 야스미(工藤泰三) 일본선주협회 회장은 28일 기자들과 만나 “한진해운과 일본 선사들의 공동 운항은 이미 무리”라고 말했다. 한진해운의 신용도가 낮아져 화주 유치가 어려워진 데다 동맹 내 주도 세력인 독일 하파크로이트가 중동 UASC와 합병해 덩치가 커졌기 때문에 한진해운 없이도 동맹 유지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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