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더 좋은 기업 만들 것”… 롯데 개혁 속도 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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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회장 영장 기각… 한숨 돌린 롯데그룹

 “우리 그룹에 미흡한 점이 있었습니다. 좀 더 좋은 기업을 만들겠습니다.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29일 오전 4시 구속영장 기각 직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 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얼굴에는 여전히 긴장감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전날 출두할 때보다는 한결 가벼워진 표정이었다.

 신 회장은 법원에서 곧바로 서울 중구 을지로 롯데호텔로 이동해 그룹 정책본부 임원진과 향후 대책 등을 논의했다. 이어 잠시 귀가했다가 오후 1시 45분에 남대문로 롯데그룹 본사로 출근하자마자 “더 좋은 기업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 실행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는 조만간 대대적인 그룹 혁신안과 사회공헌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혁신안의 핵심은 고용창출, 윤리경영 원칙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로 멈췄던 국내외 기업 인수합병(M&A) 등 중장기 과제에도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 호텔롯데 상장 재추진 탄력

 신 회장이 구속을 면하면서 호텔 상장 작업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은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 추진이다. 원래 롯데는 올해 안에 호텔롯데를 상장하려 했지만 6월 검찰의 압수수색 이후 무기한 연기돼 있었다. 비자금 조성, 세금 탈루 등으로 회계장부가 조작된 사실이 입증될 경우 향후 3년 내에 증권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검찰이 기소한 신 회장의 혐의에 비자금 부분이 빠진 데다 앞으로 호텔롯데와 관련해 검찰이 기소하지 않으면 상장을 재추진할 수 있게 된다. 롯데면세점 입점 비리에 대해 호텔롯데는 신영자 롯데 장학재단 이사장의 개인 비리일 뿐 호텔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사안이 아니라고 소명해 왔다.

 호텔롯데는 한일 롯데를 잇는 연결고리다. 일본 롯데홀딩스와 L투자회사들이 호텔롯데를 지배하고, 호텔롯데가 한국 롯데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롯데그룹은 호텔롯데를 상장하면 일본 주주의 영향력이 90%대에서 50%대로 줄어 한국 롯데의 독립성 및 자율권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룹 혁신안에는 사회공헌활동을 통한 대외 이미지 쇄신안도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 수사가 마무리 단계라지만 여전히 제2롯데월드, 롯데홈쇼핑 재승인을 둘러싼 로비 의혹은 남아 있는 상태다. 신 회장도 정책본부에 “아직 검찰 수사가 끝난 것은 아니니 신중해야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관계자는 “롯데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을 감안해 청년 고용 등 다양한 사회공헌 안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 日롯데 경영권 강화 추진

 당장 신 회장은 일본 경영진과 주주들을 다독여야 한다. 롯데 관계자는 “일본에서는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만으로도 ‘체포됐다’라고 표현할 만큼 죄질이 나쁜 것으로 본다”며 “영장 기각을 계기로, 하나의 리더 아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한일 원 롯데 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은 이날 출근한 직후 일본 롯데홀딩스 경영진과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6월 말 출국금지 조치 이후 3개월 동안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에 참석하지 못했다. 따라서 출국금지 조치가 풀려 조만간 일본 롯데를 방문하길 기대하고 있다.

 호텔롯데 상장으로 일본 롯데홀딩스의 2대 주주인 종업원지주회(27.8%)에 지분 가치 상승이라는 이득으로 돌아간다면 신 회장에 대한 이들의 지지는 더욱 견고해질 수 있다. 종업원지주회는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꾸준히 자기편으로 만들려는 주주다. 신 회장의 출국금지가 풀릴 경우 서둘러 일본 이사회에 참석해 상장 재추진과 그룹의 혁신안 등을 설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 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데 대해 29일 일본 언론은 “최악의 위기는 벗어났다”고 평가하면서도 당분간 경영상의 혼란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한일 사업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신 회장이 구속됐다면 경영에 큰 영향을 줄 것이 분명했지만 일단 그런 사태는 피하게 됐다”고 전했다. 신 회장의 구속 여부가 일본 롯데의 경영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만큼 니혼TV가 특집방송을 편성해 이번 사태를 다루는 등 일본 언론들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이날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았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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