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 수출한 ‘올무티닙’… 베링거인겔하임, 사용권리 반환
임상실험 중 부작용 영향 미친듯… 한미약품 주가 18% 급락 연중최저
금감원, 정밀모니터링 나서
한미약품이 수출한 신약물질의 개발을 독일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이 중단한다. 경쟁 약물의 빠른 시판과 임상 중 나타난 부작용 사례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한미약품 주가는 18%가량 폭락했다.
한미약품은 베링거인겔하임이 내성 표적 폐암치료 신약물질인 ‘올무티닙’의 사용 권리를 반환하기로 했다고 30일 공시했다. 한미약품이 현재까지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받은 계약금(5000만 달러)과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1500만 달러) 등 총 6500만 달러(약 716억 원)는 반환하지 않는다. 두 회사의 계약 종료일은 11월 11일이다.
올무티닙은 한미약품이 지난해 7월 베링거인겔하임에 개발 단계에 따라 총 7억3000만 달러(약 8500억 원)를 받기로 하고 수출한 신약물질이다. 베링거인겔하임은 한국과 중국을 제외한 세계 시장에 판매할 신약을 개발하기로 했다. 올해 6월까지만 해도 2017년까지 글로벌 허가를 받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베링거인겔하임은 경쟁 약물인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의 신약 ‘타그리소’가 최근 미국 등에서 시판되자 시장 선점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해 11월과 올 2월 각각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허가를 받아 시판에 들어갔다. 베링거인겔하임 측은 임상 데이터를 다시 평가한 결과 올무티닙을 이용한 신약이 이들 경쟁 약물보다 뛰어난 효과를 내긴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미약품이 국내 판매 중인 올무티닙 함유 신약 ‘올리타’를 투약한 환자 731명 중 3명에게서 중증피부이상 반응이 나타났고, 2명이 사망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자 2명 중 1명은 기존에 앓던 질병이 악화돼 사망했고 1명은 부작용으로 사망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날 해당 신약의 환자 처방을 제한하도록 권고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한미약품 주가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전날 장 마감 후 1조 원 규모의 표적 항암제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는 공시가 나온 영향으로 한미약품 주가는 장 초반 5% 급등했지만 베링거인겔하임의 임상 중단 공시가 나오면서 급락세로 돌아섰다. 한미약품 주가는 전날보다 18.06% 급락하며 연중 최저치인 50만8000원으로 떨어졌다. 시가총액도 5조3100억 원으로 하루 만에 1조1000억 원 이상 쪼그라들었다. 의약품업종지수도 6.75% 폭락했다. JW중외제약(―7.24%), 신풍제약(―6.94%), 종근당(―6.48%), 동아에스티(―6.44%), 대웅제약(―6.03%) 등이 모두 하락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호재와 악재 공시가 반복되면서 주가가 급등락을 한 한미약품에 대해 정밀 모니터링에 들어갔다. 장 초반 주가가 크게 올랐을 때 한미약품 주식을 매입한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악재에 하루 앞서 대형 호재를 발표한 것과 관련해 한미약품 관계자는 “호재는 원래 장 마감 후에 발표하기로 돼 있어 계약하자마자 지난달 29일 오후 장 마감 후 공시했고, 그날 늦게 베링거인겔하임 측으로부터 개발 중단 통보를 받아 30일 오전 공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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